노ㆍ사ㆍ정 사이의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 공기업 구조조정의 '모범 답안'으로까지 평가됐던 한국전력 노ㆍ사 합의에 이면계약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사태다.사실 여부를 떠나 이 같은 '의혹'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우리 사회에 국가경제를 볼모로 한 자기 몫 챙기기 현상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전 노ㆍ사의 이면계약은 총 8개항으로, 직원들에 대한 임금인상 등 처우개선에 관련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협상 막바지에서 노조측이 협상을 거부한 것은 이 같은 이면계약이 사전에 언론에 노출된 데에 따른 항의성 보이콧이었다는 설명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한전측은 사실이 아니다며 전면 부인하고 있고, 노조측은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만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실체적 진실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의혹이 제기됐다는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결국 국민들을 속인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IMF 우등생에서 성적 미달로 탈락할 위기로까지 전락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개혁을 한다고 하면서 뒤로는 개혁을 원점으로 돌리는 각종 행위들이 되풀이 됐고, 그 대표적인 것이 이면계약이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이면계약만도 10여 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한전 노ㆍ사 이면계약 의혹은 양측의 도덕성의 문제 수준을 넘어 정부의 개혁 의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초래할 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 대한 국내외 신뢰도를 일시에 떨어뜨려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질 우려가 있다. 정부가 시급히 진상을 조사해 밝혀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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