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가 2000시즌 국내축구를 마무리하는 축구협회(FA)컵 우승을 차지, 94년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전북은 5일 제주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제5회 FA컵 결승에서 성남 일화를 2_0으로 꺾고 정상에 올라 우승상금 5,000만원을 받았다. 최우수선수(MVP)는 전북의 ***가 선정됐다.
준우승을 차지한 성남은 올해 수퍼컵 2위, 아디다스컵 2위, 정규리그 2위 등 '만년 2위' 징크스를 털어내는 데 실패했다.
8강과 4강에서 모두 연장승부를 펼쳤던 성남은 후반들어 체력에 허점을 보이며 추격의 불을 당기지 못했다. 두 팀은 지난 해 결승에서도 맞붙었는데 당시에는 성남이 3_0으로 승리했다.
전반 초반 성남의 매서웠던 공격 주도권이 15분여를 고비로 전북으로 넘어갔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전북의 선취 득점은 신인왕의 발에서 시작해 득점왕의 발끝으로 이어졌다.
올해 신인왕으로 선정된 양현정의 왼쪽 센터링을 받은 오광훈이 백헤딩으로 정규리그 득점왕 김도훈 앞으로 정확히 떨궈 주었고, 스탭조절을 한 김도훈은 침착하게 왼발로 슈팅을 했다. 볼은 몸을 던진 성남 수비수 김현수를 맞고 굴절되면서 GK 김해운의 키를 훌쩍 넘어 골문으로 들어갔다.
전북의 공세는 후반에도 이어졌다. 후반 12분께 박성배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김도훈이 실축해 점수차를 벌리지 못한 전북이었지만 3분뒤 두번째 골이 터져나왔다.
전북 양현정은 김도훈의 왼쪽 센터링을 성남 수비수 김상식이 빠뜨리자 이를 이어받아 수비수 2명 사이로 슈팅, 쐐기골을 성공시켰다.
성남은 전반 38분 김현수, 전반 42분 이상윤과 박남열이 잇달아 결정적인 기회를 맞이했고 후반 종료직전 PK까지 얻어냈지만 전북 GK 서동명의 선방에 막혀 골문을 열지 못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서동명 "아버님 영전에 영광을"
"아버지의 영전에 조그마한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5일 전북을 FA컵 정상에 올려놓아 팀 창단이후 첫 우승을 안긴 일등공신은 골키퍼 서동명(26) 이었다.
수없이 전북의 문전을 두드린 성남이 무득점에 그친 것을 단지 '골운이 없었다'고 말하기에는 서동명의 플레이가 너무나도 빛났다.
전반 42분께 성남 이상윤과 박남열의 결정적인 연속슈팅을 손과 발로 잇달아 막아낸 서동명은 후반 43분께 신태용의 페널티킥까지 선방했다. 서동명은 이날 성남의 골을 적어도 3개는 막아냈다는 평가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 대표로 화려한 주목을 받았던 서동명은 프로무대에서는 팀을 전전하며 큰 활약을 보지못했던 게 사실. 더욱이 올해는 정신적인 지주였던 아버지가 정규리그 준플레이오프를 앞둔 지난 10월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 방황까지 해야 했다.
'정규리그 우승컵을 아버지 영전에 바치겠다'고 다짐했지만 부천 SK에 덜미를 잡혀 꿈을 이루지 못했던 그는 FA컵 우승의 일등공신이 돼 두달만에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게 됐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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