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몰린 고어 "플로리다서 수용안되면 승복할것"지난달 7일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모든 법적 다툼이 플로리다주 대법원에서 판가름 나게 됐다.
연방대법원은 4일 선거결과 인증시한을 연장한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민주당의 앨 고어후보측은 이날 수작업 재검표 소송을 기각한 리언 카운티 순회법원의 판결에 불복, 주 대법원에 상고했다.
물론 환송된 사건을 주 대법원이 어떻게 재심하느냐에 따라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측이 다시 연방 대법원에 상고할 여지는 남아 있지만, 일단 주 대법원의 판결이 최종 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의 두 판결은 모두 부시 후보측에 유리한 내용들이고 4주간을 끌어온 소송대결에서 고어 후보는 막바지 핀치에 몰린 형국이다.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날 연방대법원 판결은 싱거울 정도로 간단했다. 요지는 "판결의 근거가 불분명하니 재심하라" 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증시한 연장을 결정한 주 대법원의 판결처럼 사건의 불확실성만 더 키운 판결이 될 수 있다" 고 평가하면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를 선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부시측은 '근거가 불분명하므로 무효' 라는 데 초점을 맞춰 연방 대법원이 주 대법원의 판결을 "사실상 잘못된 것" 이라고 해석한 반면, 고어측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주 대법원에 다시 심리하라고 한 것은 연방이 간여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 것" 이라며 "주 대법원이 플로리다주 선거의 최종 법률적 판단을 맡은 최상위 법원이란 것을 재확인한 셈" 이라는 논리를 폈다.
또 '불분명한 근거' 에 대해서도 "주 대법원이 법적 논리를 보충하면 될 사안" 이며 "따라서 주 대법원의 판결은 문제가 없다" 고 보고 있다.
오히려 고어 후보측이 결정적 타격을 받은 것은 연방 대법원이 아니라 리언 카운티 순회법원의 수작업 재검표 기각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딤플표' 와 '언더보트(undervote;의사가 불분명해 기계가 집계를 거부한 투표용지)' 의 수작업 재검표만이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열쇠였기 때문이다.
팜 비치와 마이애미_데이드 카운티에서 나온 이 같은 논란표가 1만 4,000여 표에 달해 수작업에 의한 재검표가 관철된다면 537표라는 최종 인증 격차는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고어측의 수석 변호사인 데이비드 보이스는 연방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뉴스가 아니다" 라고 평가절하 한 반면, 순회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그들이 이겼고 우리가 졌다" 말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보이스는 판결 직후 "수작업 재검표를 실시해도 선거 결과가 바뀌리라는 통계적 증거가 없다" 고 한 샌더스 솔즈 판사의 기각 사유에 대해 "이번 사건의 가장 유력한 증거인 투표용지를 한번도 조사하지 않은 가운데 내린 잘못된 판결" 이라며 항소법원을 거치지 않은 채 바로 주 대법원에 상고했다.
고어측은 이날 주 대법원에서도 순회법원의 판결이 뒤집어지지 않으면 "모든 적법한 절차를 거친 뒤 결과를 받아들이겠다" 고 한 약속대로 결과를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그러나 주 대법원이 수작업 재검표 인증 연장 판결에 대해 일단 연방 대법원으로부터 '경고' 를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보다 정치적 파장이 훨씬 큰 논란표의 제한적 수작업 재검표를 고어 후보측 희망대로 받아들일 지는 부정적인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주 대법원이 연방 대법원의 지적에 따라 법리 적용을 보완하고 고어 후보측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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