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뇌부 정기인사를 앞두고 줄서기와 편가르기, 유언비어 난무 등 극도의 혼란상이 빚어지고 있다. 어느 정도의 인사철 잡음은 늘 있어왔던 것이나, 이번에는 그 도를 넘고 있다는 것이 경찰 내부의 대체적인 시각.경찰 수뇌부 인사는 이르면 5일, 늦어도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상 수상차 출국하는 8일 이전에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지난달 초에 있을 예정이었던 인사가 한달 이상 늦어지고 있는 것은 이무영 현 청장의 유임 여부와 서울청장 등 '요직' 배분을 놓고 진통이 계속돼온 때문.
이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는 온갖 설(說)과 소문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모 고위간부가 헬기를 타고 성묘를 다녀왔다" "특정지역 출신자들로 요직을 채운 인사안을 올렸다가 청와대에서 반려됐다"는 등..
가장 심각한 양상은 지연ㆍ학연별 이합집산과 줄대기. 경찰 안팎에선 '모치안감은 누구에게 줄을 섰다' '모간부는 누구파(派)' 라는 등의 소문이 무성하다. 모 간부는 "실제로 최근 출신지역이나 학교별 모임이 잦아지고, 여기를 통해 인사청탁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개탄했다.
청장 인사의 경우 일찌감치 현 이 청장과 윤웅섭 서울청장, 이헌만 경찰청 차장, 김재종 경찰대학장 등 3명의 치안정감이 치열하게 경합해온 상태. 한때 이 청장이 '국정원 차장으로 영전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으나 현재는 유임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주변에서는 "워낙 난전이었던 만큼 '실세 청장'이 유임될 경우 3명의 치안정감이 '괘씸죄' 등에 걸려 한꺼번에 옷을 벗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본청장으로 승진하지 못할 경우 퇴진해야 하는 윤 서울청장의 후임 다툼도 지역, 인맥, 정치권의 이해 등이 얽혀 청장 인사 못지않은 잡음이 새나오고 있다.
또 연쇄 인사가 이어질 지방청장과 본청 국장급을 포함한 치안감 인사를 놓고도 말들이 오가고 있는 등 경찰 지휘부 전체가 온통 '인사파동'에 휘둘려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경찰 인사는 김 대통령이 최근 전례없이 강도높게 '공정한 인사'를 강조해온 것과 관련, 앞으로 정부 인사의 시금석이 된다는 점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경찰청의 한 고위간부는 "인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상당한 후유증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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