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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포커스 / 북한이야기-여성 노동력이 지탱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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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포커스 / 북한이야기-여성 노동력이 지탱하는 나라

입력
2000.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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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남남북녀'라고 하면 북쪽 여성들이 미인이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이 말은 북쪽 여성들의 건강한 생활력을 나타내는데 더 어울릴 것 같다.사실 북한은 여성들의 노동력으로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성들의 경제 기여도가 높다.

가정에서도 모든 가사는 여성들의 몫으로 받아들이는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전통이 그대로 남아 있다.

평양 시내 한 공터에서 수천명의 북한 여성동맹원들이 궐기대회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여맹위원장 등 모든 연설자들의 서두는 "나라의 쌀독을 책임지는 우리 여맹원들은" 으로 시작됐다.

"쌀독을 책임진다"는 말은 밥짓는 일 등 가사생활보다는 직접 쌀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의 표현일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을 육로로 여행하면서 바라본 들녘에서 농사일을 하는 사람의 90% 이상은 여자였다. 그나마 논밭에서 일하는 남자는 대부분 군인들로 보였다. 남자들은 쪼그리고 앉아서 '담뱃질'이나 하거나, 수첩을 들고 돌아다니기만 한다.

북한 경공업 노동자의 80%가 여성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발사도 100%가 여성이다.

남쪽에서는 이발사가 남자라는 얘기를 들은 북한의 이발사는 망측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힘센 남자가 어케 할 일이 없어 녀자들이나 하는 리발 일을 합네까"라고 말했다.

북한 여성들은 남성들로부터 집안 일을 거의 도움받지 못하는 것 같다. 길을 다니는 부부를 봐도 그렇다.

여자는 봇짐을 머리에 이고, 아이를 등에 업고, 또 다른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도, 남자는 앞장 서서 빈손인 채로 그냥 간다. 한두 걸음 뒤에서 남편을 따라가는 것도 옛날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묘향산 지역 향산 호텔에서의 일이다. 우리 일행은 호텔 식당에서 묘향산에서 난다는 돌버섯 무침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 그러자 호텔측은 마른 돌버섯을 가져와 특산물이라고 팔았다. 그리고 가공하고 요리하는 방법을 설명했는데 그 과정이 무척 복잡했다.

그래서 설명을 듣다가 "이거 사 가 봐야 결국 내가 할 일만 생기는 것 이구만. 우리 마누라는 아마 냉장고에 넣어 두고 내가 씻어줄 때만 기다릴 거야"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그러자 호텔 과장이라는 중년 여성이 "아니 조선의 남자가 어케 부엌일을 합네까. 남조선 남자들은 거저 '물건'을 다 떼어버려야 되겠구만요"라면서 깔깔 웃더니 '조선 남자의 길'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남쪽에서는 세대주라는 용어가 주민등록용으로만 쓰이지만 북쪽에서는 남에게 남편을 지칭하는 흔한 일상용어다. 글자 그대로 가정의 주인이라는 뜻이다. 북한이 남자의 천국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 이현주(李賢主) ㆍ 외교통상부 통상정보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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