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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NO' 라고 말할수 있는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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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NO' 라고 말할수 있는 대북정책

입력
2000.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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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장군님이.이렇게 기똥찬 양반은 처음 봤다."13년 전 납북된 동진 27호의 갑판장 강희근(49)씨의 어머니 김삼례(73)씨가 지난 1일 평양에서 아들을 상봉할 때 북한 기자들이 "장군님 고마우시죠"라고 물어보자 대꾸한 말이다. 바닷가에 사는 촌부인 김 할머니의 이 한마디에서 묘한 뉘앙스가 느껴진다.

지난 주 제 2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1차 때와는 달리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김 할머니처럼 납북된 아들을 상봉하는 등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듯하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이 감동과 함께 가슴속에 '여운'이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난 탓일까, 장충식 한적 총재의 일본 도피 때문일까, 벙어리가 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때문일까, 아니면 일부 언론의 북한 보도 때문일까.

다만 한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점은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할머니의 말대로 '기똥찬 양반'이 다스리는 북한을 보는 정부의 시각은 햇볕정책이후 한 쪽으로 기울어진 듯하다.

동진 27호가 나포된 수역인 백령도 근해는 지난해 6월 남북한 간에 교전이 일어나기도 했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이다.

지난 11월 14일 북한 함정이 이 NLL을 침범해왔는데도 국방부는 이런 사실이 없다고 발표했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합참 해상작전과장이 자신이 현장 보고를 묵살했다고 책임을 떠맡기도 했다. NLL 수역에서 상황이 발생하면 현장 지휘관이 명령계통을 통해 평택의 해군 2함대 사령부까지 보고한다.

또 각 상황실 근무자들은 수칙대로 합참 작전 상황실과 국방부 상황실 등과 작전사령관, 참모총장, 국방부 장관 등에도 이 보고를 전달한다. 합참 해상작전과장이 이 같은 보고를 뭉갰다고 말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변명이다.

국방부는 4일 발표한 2000년 국방백서의 제 3절 1항 국방목표에서 "우리 군은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한다"라는 대목을 주적(主敵)인 북한의 현실적 위협에서 국가를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백서에는 그동안 사용해왔던 '유훈통치''벼랑끝 전술'등을 삭제하고 북한이 싫어하는 '포용'이라는 용어를 피하기 위해 대북 포용 정책을 대북 화해ㆍ협력 정책으로 바꾸었다.

우리와 같은 민족인 북한 사람들은 물론 주적은 아니지만 북한군은 주적이다. 북한 당국에 눈치만 보고 일방적으로 그들의 주장을 수용한다고 해서 화해와 협력이 무조건 이루어 질 수는 없을 것이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 당시 교과서에는 북한 당국이 한국 전쟁 때 자진해 월북했거나 억지로 끌려간 사람들을 어느 정도 이용을 하다 모두 처형했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1, 2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서 보듯 남한 출신인데 북한에서 어엿하게 박사도 되고 지배인도 된 사람들을 보면 북한 실상이 왜곡됐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반공을 위한 반공'교육으로 잘못된 북한관을 갖게 된 것은 민족사적으로 볼 때 불행했던 과거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시 정부의 왜곡된 정책 때문에 북한 사람들도 피는 물론 언어와 문화가 같은 '민족동일체'라는 점을 외면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가 일방적으로 대북 유화 정책만 고집한다면 우리 내부는 분열될 수 밖에 없고 햇볕정책도 빛을 바랠 것이다.

주적을 막는 국방부는 화해와 협력 시대를 맞아 유연한 대북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만 한다면 누가 주적을 막을 것인가. 너무 유연하면 허리가 부러질 수도 있다.

우리의 주적이 누구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입마저 막는다면 정상적인 남북관계가 더뎌질 수 밖에 없고 국민적 공감대도 사라질 것이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세력이 존재하는 것이 건전한 사회다.

이장훈 국제부차장

truth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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