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수세력 구축론' 반응"의원빼가기" 발끈속 정계개편 여부 촉각
한나라당은 4일 오전 이회창 총재 주재로 총재단 회의를 가졌지만, 여권의 다수세력 구축론을 의제 목록에 올리지 않았다. "심의할 법안이 워낙 많아 정치적 사안을 논의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한나라당은 대신 장광근 수석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아직도 미몽에 사로잡혀 있다"고 강력 비난했다.
장 부대변인은 "다수세력 구축 운운은 의원 빼가기를 또다시 자행하겠다는 이야기 아닌가"라며 "이런 식의 발상이라면 '개혁과 사정'이 어떤 용도로 변질될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배경을 의심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정작 걱정하는 대목은 '물리력을 사용한 머리 수 채우기' 시도가 아닌 것 같다. 한나라당은 오히려 장기적 측면의 제도적 정계개편 추진 가능성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은 여권 내부의 정치구도 개편 관련 논의 가운데 정ㆍ부통령제와 4년 중임제를 골간으로 하는 개헌론에 유독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이 개헌론에 특히 예민한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그것이 여권과 민주당이 사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야당 흔들기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나라당 내에는 개헌론에 공감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
현재의 5년 단임제가 단임 실현이라는 절대 명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인위적 제도라는 게 개헌 찬성의 명분이라면, 기회 확대와 다양한 정치적 수요 창출은 결과적 실리가 된다. 차기 혹은 차차기를 노리는 당내 야심가들로선 구미가 당길수 밖에없다.
당내 정세 분석가들은 개헌 논의가 정계개편의 핵심 지렛대로 작용할 개연성에 주목하고 있다.
1대1 대결 구도로는 어차피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고 판단한 여권이 종국에는 지역연합 형태의 정ㆍ부통령제로 2대2 대결 구도를 만들려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내부와 합종연횡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분석통들이 김덕룡 부총재의 줄기찬 개헌론 주장에 주목하는 것도 이 같은 상황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김 부총재가 임계 수위를 넘나들면서 끊임없이 이회창 총재를 때리고 있는 것은 정계개편의 가능성에 대비한 의도적 각 세우기 아니냐는 것이다.
김 부총재외에 이 총재와 일정 거리를 유지해 온 박근혜 부총재 등이 러닝 메이트후보군을 매개로 이 흐름에 본격 가담할 경우 그 파장은 결코 간단찮으리란 게 분석통들의 진단이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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