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이엘그룹의 마르코스 고메즈회장(58ㆍ사진)은 일(事)에 있어 저돌적이고 냉철할 정도로 직설적이며 일하는 과정에선 보다 치밀함을 요구하는 최고경영자(CEO)다.내년 예상매출 전망치가 갑작스러운 환율상의 변동 등 외부요인으로 실행목표에 차질을 빚을 경우 한 치의 용납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 CEO의 책임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전망치 속에 항상 외부 변수를 어느 정도 감안해 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전망치'에 대한 치밀한 의미 규정이다.
그런 그를 놓고 가까운 독일인 친구들까지도 "독일인 보다 더 지독한 독일인 같다"고 평가한다. "사실 국적은 스페인이지만 태어나고 성장한 곳은 콜럼비아로 아직 많은 가족들이 그곳에서 살고 있다"고 말하는 고메즈 회장은 이성주의적 문화 요소가 강한 독일인 특유의 사변(思辨)적 습성이 말 한 마디 한 마디 마다 자연스레 묻어난다.
고메즈 회장은 "우리(한국)제품이 질적으로나 경제성으로 봐도 뛰어난데 왜 다른 제품보다 더 싸게 팔려야 하는가?"라고 기자에게 먼저 물었다. 그는 이 문제를 놓고 '세 고개' 형식으로 연이어 화 두를 던졌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과연 우리제품이 고객의 욕구를 만족할 만한 솔루션(solution)을 제공하고 있는가" "그 솔루션은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할 뿐 아니라 기업에게 수익성을 보다 높여 줄 수 있나" "과연 우리 회사 내에서 이에 대한 솔루션을 찾을 수 있는가" 이들 질문에 대해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다.
단지 이 같은 사변적인 대화의 과정이 바로 연 매출 4,300억원 규모에 화학과 의약사업 등 4개 영역, 16개 사업부서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바이엘그룹의 '아스피린' 식 '문제해결(problem solution)' 접근 전략이다.
바이엘약품㈜과 바이엘화학㈜ 등 국내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바이엘 형제들을 한 데 묶은 바이엘코리아㈜가 설립된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그 동안 '아스피린' 하나로만 이미지가 박혀온 바이엘이 국내에서 벌여온 각종의 다양한 사업은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바이엘이 생산하는 제품 중에는 공업용 플라스틱에서부터 고무, 폴리우레탄, 표면 코팅 제품, 염료, 안료, 유ㆍ무기 화학약품, 농약 등에 이르기 까지 일상 생활 속에 자리잡고 있는 산업용 1차 생산 제가 빠짐없이 들어있다.
바이엘의 거의 10년간의 이 같은 '밑바닥 고르기' 작업은 지난해 8월 독일본사 무기화학약품 전문사업부문의 고메즈 사장이 한국바이엘그룹 사령탑으로 옮겨오면서 일대 변혁기를 맞았다.
그의 국내 입성(入城) 1년4개월 동안 바이엘은 잇따른 국내 알짜기업 인수로 사업 규모ㆍ수익 면에서 왠 만한 국내 알짜 중견기업 못 지 않을 만큼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바이엘은 올 초 국내 농약 제조업계에서 손에 꼽히는 ㈜미성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 6월말엔 플라스틱 시트 제조업체인 세원기업㈜을 인수했다.
또 바이엘 그룹이 미국의 카이론 진단사업㈜을 인수하면서 국내 법인인 한국카이론㈜를 인수해 바이엘코리아진단사업㈜를 출범시켰다.
고메즈 회장은 "바이엘코리아를 포함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춰 아시아 시장뿐 아니라 세계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맞대고 싸워 이기기 위해선 남들이 갖지 못한 '특수 전문제품 (high specialized product)' 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바이엘이 한국에서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들을 인수함으로써 바이엘의 장점인 글로벌 네크워크를 이들 업체에게 접목시킬 경우 앞으로 특정분야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키워드 / "수익성을 극대화 하라"
* 수익성을 극대화 하라
* 제품 공급뿐이 아닌 고객의 니드(Need)에 대한 솔루션(Solution)을 제공하라.
* 직원들을 통해 배워라
고메스 회장이 국내에 처음 부임했을 당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국가에 포진한 바이엘 현지 법인들의 매출규모에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가 있었다.
일본 바이엘의 제약사업 부문 하나의 연 매출규모가 한국바이엘그룹 전체 매출보다 서너 배 이상 클 정도였다.
고메스 회장은 기술ㆍ인건비 면으로도 과잉 공급단계에 이른 국내 시장 환경은 일본과 중국 틈새에서 버티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을 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의약뿐 아니라 농약 화학 폴리머 등 다양한 사업군을 형성하고 있는 바이엘의 강점을 고려할 때, 과연 한국이 경쟁력을 살릴 분야는 무엇인가를 곰곰이 따져봤다.
어떤 사업이라도 한국 재벌과 같이 규모중심의 운영으론 견디기 힘들 것으로 보았다. 수익성 극대화를 추구하는 길 만이 유일한 선택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그것이 바로 고메스 회장의 첫 번 째 전략이다.
점차 세분ㆍ다양화하는 고객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고도로 특화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두 번째 전략이다. 바로 한국바이엘의 '니치' 솔루션 마케팅 전략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고메스 회장은 한국인 직원들을 신뢰한다. 직원들의 전문가적 사고와 의견을 존중하고 책임을 묻는 신뢰감이다. 직원들의 얘기를 치밀하게 귀 기울여 듣는 그의 모습이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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