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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영개인전, 어머니 가슴을 닮은 산과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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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영개인전, 어머니 가슴을 닮은 산과 감

입력
2000.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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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는 작가가 의도한 메시지만 담기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품성, 때론 나이까지도 관객은 작품을 통해 읽을 수 있다.6일부터 16일까지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는 김애영 덕성여대 서양화과 교수의 개인전에서는 더 깊고 넉넉해진, 그러나 여전히 소녀적 정서를 버리지 않고 있는 작가의 예민하면서도 단아한 심성이 그대로 표현돼있다.

이번 전시회에 나오는 작품 35점은 그가 이제까지 꾸준히 소재로 삼아온 산과 감이다.

하지만 그의 최근 산은 저녁 무렵의 스산한 산이 아니라, 동트기 직전 눈부신 햇살을 받아 어머니 품처럼 아늑하게 보이는 한국의 전형적 뒷산으로 변해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비록 잎은 다 떨어지고 주렁주렁 익은 감만 매달린 감나무이지만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발갛고 탱탱한 감은 어머니의 가슴처럼 부드럽고 먹음직스럽다.

보일락말락 드문드문 캔버스에 나타나고 있는 초록빛 감 꼭지는 아직은 그에게서 떠나 보내기 아쉬운 젊음의 빛이기도 하다.

주홍빛의 강렬한 색, 과장됐다 싶을 정도로 둥글고 단순하게 표현된 감의 형태는 현실과 쉽사리 타협하지 않는 작가의 고집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도 1992~2000년 혹은 1994~2000년이라고 표기된 작품 제작 연도에서 작가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가을을 지나쳐야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세월의 더께로 폭폭해진 산 그림은 우리의 바쁜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아늑한 공간이다.

이화여대 서양화과와 동대학원,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에콜 드 보자르)를 졸업했다.

(02)734-6111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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