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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4인방 약진 '반상분할'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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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4인방 약진 '반상분할' 본격화

입력
2000.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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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둑계는 맹주 없는 춘추전국시대? 아직 이창호라는 태산이 버티고 서 있지만 이곳 저곳에서 심상치 않은 반란의 기운이 일고 있다. 철옹성 같기만 했던 4인방의 영토는 이미 사분오열로 갈기갈기 쪼개지기 시작했고, 새로운 제후들이 속속 등장하며 세력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첫번째 신호탄은 LG정유배. 1996년 이후 정상에 6번이나 도전하며 '타도 4인방'의 선봉에 서온 최명훈 7단이 마침내 정상에 오른 무대다.

'돌부처' 이창호에 버금가는 수비형 실리바둑으로 주가를 높여온 최 7단은 2일 제주 썬샤인 호텔에서 열린 제5기 LG정유배 프로기전 결승5번기 제4국에서 '반상의 철녀' 루이나이웨이(芮乃偉) 9단에게 234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2승 1패로 생애 첫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비 4인방간의 첫 타이틀매치로 관심을 모은 이날 대국에서 최 7단은 시종일관 특유의 세련되고도 날카로운 행마를 선보이며 루이의 현란한 공격 바둑을 가볍게 제압했다.

우승 상금은 국내 최대 규모인 3,500만 원.

올해 LG정유배는 지난 해 우승자 서봉수 9단을 비롯해 정상 4인방이 신예 기사들에게 잇따라 패하며 모조리 탈락, 일찌감치 세대교체를 예고했던 타이틀. 비슷한 경우로 제5기 천원전 역시 이미 신예 기사들이 우승컵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결승 2국을 치른 현재 '불패소년' 이세돌 3단이 '무명 반란의 주역' 유재형 4단에게 2연승을 거두며 타이틀 획득이 유력하다. 이 3단은 이 외에도 제8기 배달왕기전 도전5번기에서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 9단을 상대로 사력을 다한 맹공을 펼치고 있다. 현재 전적은 1승 2패.

'신예 대 4인방의 싸움'으로 역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KBS바둑왕전에서도 이변의 조짐이 일고 있다. 1일 KBS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19기 KBS바둑왕전 결승3번기 제1국에서 '반상의 괴동' 목진석 5단은 예상을 깨고 세계바둑 1인자 이창호 9단에게 161수 만에 흑으로 불계승, 생애 첫 타이틀 획득을 향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목 5단은 이번 바둑왕전에서 초반 성적 부진으로 패자조로 떨어졌으나 거함 조훈현 9단과 '여전사' 박지은 2단, 형제기사 이상훈 3단 등을 연파하며 결승에 진출하는 투혼을 보였다.

반면 이번 기전에서 조훈현 9단과 유창혁 9단, 루이나이웨이 9단 등 난적들의 초반 탈락으로 부담 없이 결승을 맞게 된 이창호 9단은 첫판에서 뜻밖의 일격을 당해 바둑왕 복귀가 불투명해졌다.

일본 바둑계 역시 춘추전국의 혼란기로 빠져들고 있는 양상이다. 1인자 조치훈이 무관으로 전락한 이래 대만세와 토착세의 난립에다 세대교체의 역풍까지 휘몰아치며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세대교체의 선봉엔 한국세가 나섰다. 11월 30일 일본 사가(佐賀) 현에서 열린 제26기 텐겐(天元)전 도전5번기 제3국에서 한국의 막내 류시훈 7단이 챔피언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 9단에게 245수 끝에 흑 반집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3연승으로 타이틀을 쟁취했다.

류 7단은 특히 이번 대회에서 '지하철'로 불리는 고바야시 9단의 실리바둑에 3연속 '반집승'이라는 기이한 기록을 연출하며 빈틈없는 수읽기 실력을 과시했다. 우승상금은 1,040만 엔(한화 약 1억 400만 원).

이번 텐겐전 본선에서 선배 조치훈, 조선진 9단을 연파하고 도전권을 쟁취해 명실상부한 한국세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류 7단. 1인자가 사라진 대혼란기에 그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게 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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