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분기점이 될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공화ㆍ민주 양당은 휴일인 3일에도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막판 설전을 벌였다.공화당의 대 민주당 공격 선봉장을 맡고 나선 딕 체니 부통령 후보는 이날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에게 거듭 패배를 시인할 것을 촉구했다. 체니 후보는 이날 NBC방송과의 회견에서 "이번 대통령선거의 결말이 지연됨에 따라 우리는 국가에 피해를 입히게 될 단계에 급속히 접근하고 있다"며 "이제는 고어 후보가 패배를 인정할 시기라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체니 후보는 "고어 후보가 아직까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길을 택하고 있는 것은 그의 특권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그가 가까운 장래에 이번 사태를 종결한다면 역사는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고어 후보는 "선거 결과에 불복해 제기한 이의가 모두 실패로 돌아간 뒤에야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의 승리를 인정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고어 후보는 이날 체니 후보의 패배촉구방송이 나온 후 방영된 CBS방송의 '60분' 프로그램에서 "결국 모든 절차가 정당하게 마무리돼 부시 후보가 승자임이 확인될 경우에만 그는 나의 대통령이자 미국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플로리다주에서 진행중인 민주당의 재검표 소송을 총괄하고 있는 워런 크리스토퍼 전 국무장관은 이날 "3건의 소송이 진행중이어서 패배를 인정하기는 너무 이르다"며 "패배를 승복해야 할 상황에 이를 경우에는 고어 후보가 우아한 방법으로 이를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전 장관은 CBS방송의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체니 후보의 요구에 언급하는 가운데 "현재로서는 패배를 시인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경기가 종반에 접어들기는 했지만 완전히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플로리다의 주도 탤러해시에 있는 리언 카운티 순회법원은 이날 고어 후보측이 제기한 1만4,000여 '논란표'에 대한 수작업 재검표의 타당성에 관한 심리를 마무리 했다.
샌더스 솔즈 판사는 4일 오전 판결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양당 변호사들은 이날 저녁까지 진행된 심리에서 통계학자, 천공투표용지 수작업 재검표 참관인, 천공투표기계 전문가 등 증인들을 대상으로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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