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든 작든, 또한 그것이 어떤 형태의 권력이든 후계자를 정하는 일은 간단치 않은 문제다. 쥐꼬리만한 것도 막상 놓으려면 아쉬워지는 권력의 관성(慣性)에서 부터 후계구도는 비틀려 나가기 십상이다.권력자 본인이 마음을 비운다 해도 주변 인물들이 우선 가만히 놔두지 않게 마련이다. 정치권력이나 기업의 세계에서 피비린내 나는 후계 쟁투가 흔한 것도 어쩌면 자연스런 이치다.
■여하튼 후계자 선정의 잘잘못에 따라 나라나 조직의 운명이 갈린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동서고금의 예를 들 것도 없이 당장 우리 국민들이 IMF 환란을 통해 이를 뼈저리게 체험했으니 말이다. 올해 내내 우리 경제에 스트레스를 줬던 모 재벌그룹의 '왕자의 난'은 해당조직의 후계문제가 갖는 국가적 연장성(延長性)을 증거 하는 가까운 사례다.
그러고 보면 사회 각 조직의 후계구도 총합이 바로 국가 미래 경쟁력의 지표인 셈이다.
■세계적 관심을 모았던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의 후계자가 최근 확정됐다. 제프리 이멜트 라는 44세의 젊은이가 세계최대 거함의 선장에 등용된 것도 그렇지만 그 선정 과정이 더욱 혀를 내두르게 한다.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된 독자적인 선정 위원들의 전세계 사업장 순방, 현장 여론 청취 및 수많은 후보자들과의 개별 면담.. 최종 낙점이 이뤄지기까지 무려 4년이 걸린 작업이었다 하니 경이로울 따름이다.
■19세기말 에디슨의 전구회사를 모태로 100여년 역사를 그려온 세계 최우량 기업 GE. 잭 웰치(현 회장)라는 불세출의 경영자에 이어 또다시 후계의 신화를 창조하려는 이 기업의 발전 비결을 구구하게 해석할 것도 없다.
투명성 객관성 공정성이 담보된 승계의 정통성이야 말로 경쟁력의 요체가 아닐까. 주식지분의 광역화로 사실상 공기업(public company)이나 다름없는 GE의 '지도자 뽑기'는 요즘 우리의 국가적 화두가 되고 있는 공기업 개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송태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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