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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칼럼] 박수는 신뢰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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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칼럼] 박수는 신뢰에서 나온다

입력
2000.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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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집권여당의 움직임을 보면 위기라는 공통된 인식에는 드디어 도달한 것같다. 개별적으로는 위기라고 생각하는 여권내 인사들도 지금까지 공석에서는 이를 부정하면서 "난제는 많지만 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해왔다.그러던 것이 2일과 4일 청와대에서 잇달아 열린 최고위원만찬과 총재특보단 오찬에서 흉흉한 민심이 가감없이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위기극복을 위한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굳이 공통된 인식을 문제삼는 것은 공개적으로 위기를 부정하거나 가볍게 보던 사람들이 대통령 앞에서 대통령이 듣기 싫을 법한 이야기를 한 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풀려면 문제의 본질과 실상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정부ㆍ여권의 인사들이 국민과 동떨어진 생각을 하거나 뚱딴지같은 상황진단을 한다면 나라는 산으로 가야 할 때 강으로 가는 꼴이 되고 만다.

많은 국민이 이 점을 걱정하면서 대통령의 귀와 눈이 제대로 국민을 향해 열려 있는가를 의심해왔다. 6ㆍ15 남북정상회담과 노벨평화상 수상등 두드러진 업적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흔쾌하게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은 갈수록 살기가 어려워지는데다 정부를 신뢰하기 힘든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이미 추석 전부터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는데도 정부ㆍ여당은 심각성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은채 몇 달을 허송했다. 오히려 위기라는 보도에 대해 "위기의 진원지는 한국언론의 경제부기자들"이라는 말을 한 인사도 있었다.

민심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을 하면서도 민심을 교정하려 했지 민심을 수습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여권내 고위인사들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그러나 모임에서 거론됐다는 다수세력 구축론과 당내인사 입각론은 찬성하기 어렵다.

자민련과의 관계가 남만도 못하고, 되는 것 하나도 없는 소수정권의 한계를 절감한 집권여당으로서는 당연히 나올 법한 이야기이지만 현실성이 없거나 무리가 많은 방안이다. 국정주도력은 근본적으로 국민을 상대로 해야 강화ㆍ유지될 수 있다.

정권획득에만 골몰하는 야당의 의원들을 내 편으로 만들려 하지 말고 박수받을 일을 함으로써 국민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정부ㆍ여당은 요즘도 '죽을 꾀'를 자주 낸다. 장충식 한적총재는 구차한 일본행으로 북적 중앙위원장으로부터 '가련한 몰골'이라는 말까지 들었고, 군은 북한측의 북방한계선 침범사실을 감추려고 은폐에 은폐를 더하다 망신을 했다.

당내인사 입각문제도 집권 후반기에 너도나도 막차를 타려 한다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국정쇄신책으로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것은 개각과 당정개편이지만 당내인사를 기용, 장악력을 강화하려 하기보다 전문성있는 관료를 승진시키거나 발탁함으로써 공무원들의 사기를 높여주고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

정부와 일반국민의 매개자인 공무원들의 신뢰를 잃고서는 될 일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공기업을 중심으로 지연ㆍ학연을 통해 기용했던 인사들을 퇴출조치해야 한다.

전문성도 없고 개혁성도 약한 사람들은 한 번 해먹었으니 내보내도 된다. "엄연히 임기가 있는데."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언제는 임기를 감안해 임명했던가.

어느 시대이든 총체적 위기의 본질은 신뢰의 위기이다. 정부에 가장 시급한 것은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어떻게 해야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를 국민의 눈으로 찾아내야 할 것이다.

박수칠 일이 있으면 국민은 자발적으로 친다. 겸손하게 문제를 받아들이고 정직하게 해법을 찾아야 한다.

편집국 국차장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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