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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업고 대책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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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업고 대책 시급하다

입력
2000.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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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계 고교 교사들이 학생모집에 동원돼 수업이 뒷전이라는 기사(4일자 한국일보 34면)는 직업교육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를 심각하게 되돌아보게 한다.휴일까지 상품권을 들고 중학교 교장 집을 찾아가 학생을 많이 보내달라고 애원하지 않고는 살아 남지 못하는 현실이 딱하기만 하다.

그러고도 정원을 채울 수만 있다면 다행이라고 한다. IMF 구제금융 체제 돌입 이후 취업률이 떨어진 것을 계기로 지원자가 격감하더니, 좀처럼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달 2001학년도 신입생 원서접수를 마감한 경북도의 경우 전체의 반이 넘는 47개교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경기도에서도 30%에 해당하는 34개교가 미달이었다.

교사들에게 책임량을 할당하고 학생들을 홍보 도우미로 동원하는가 하면, 술대접과 주먹다짐 같은 추문이 나도는 것이 오늘의 실업고 현실이다.

학생구걸을 나간 교사의 수업시간은 자습이나 대리수업으로 때우기 마련이어서 수업은 더욱 부실해지고, 이것이 지원자가 줄어드는 간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교육당국은 별다른 대책이 없어 보인다.

정부는 한 때 직업교육 진흥을 슬로건으로 실업교육 예산을 일반계와 같게 책정했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지금은 10분의 1 수준으로 삭감했다.

그 대신 일반계나 특성화 고교로의 전환을 허용하고, 야간학급 폐지와 모집정원 감축으로 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그 결과 명문 실업고들이 대거 인문고로 바뀌어 가고 있다.

고등학교 과정의 직업교육 수요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지원자가 없다고 실업고를 없애는 정책이 옳은지 따져볼 일이다.

그런 점에서 애니메이션고, 조리과학고, 인터넷고, 관광고, 도예고, 디지털미디어고 같은 특성화 고교의 출현과 일부 실업고의 특성화고 전환은 21세기 직업교육의 방향을 말해주는 지표라 할 것이다.

졸업후 취업전망이 밝으리라는 기대감으로 이들 학교에 지원자들이 쇄도하는 현상만 보아도 직업교육이 지향할 길이 보이지 않는가.

실업고 과정을 상업 공업 농업 등으로 고집할 것이 아니라 예술, 아동, 간호, 레크리에이션, 호텔 및 식당, 미디어, 컴퓨터, 자연자원 등 사회의 수요가 큰 분야를 망라한다면 취업전망도 밝아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처방이다.

그런 바탕 위에 실업고의 국ㆍ공립화와 무상교육화 등을 도입한다면 꽉 막힌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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