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사기업-따뜻한 공기업 '빈부격차'기업들의 일년 장사를 마무리하는 연말을 맞았지만 경기 위축과 불투명한 내년 전망으로 대부분 사기업들의 분위기가 썰렁하다.
반면 독점적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공기업들은 공공개혁 와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여유를 누리는 '사한공온'(私寒公溫)'현상이 뚜렷하다.
또 사기업중에서도 실적이 좋은 일부 기업과 나머지 상당수 기업간에 희비가 엇갈리는 '빈부격차'도 심화하고 있다.
4일 재계와 공기업 등에 따르면 연말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은 보너스 등 임금지급 여부와 승진ㆍ인원감축 등이다.
가장 썰렁한 곳은 은행, 건설 같은 고강도 구조조정이 추진중인 기업들이다.
지난달 30%의 임원을 잘라낸 현대건설은 조만간 부ㆍ차장급에 대한 인원감축도 단행키로 해 직원들은 자리보전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현대건설의 한 차장급 직원은 "회사가 어렵다 보니 승진이나 상여금 얘기를 꺼낼 수가 없다"며 "집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놀라지 말라는 말까지 해두었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은행권 중에서는 조흥은행이 700~800명을 추가 감축해야 할 상황. 한빛은행 직원들은 명예퇴직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상여금 200%를 반납한 상태고, 외환은행은 내년 임금 10%를 일괄 삭감키로 했다.
대기업마저 이런 상황이다 보니 중소기업은 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달 부도업체수(646개)가 지난해 3월 이후 2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에 비해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연말에 150% 가량의 성과급을 지급할 계획이고, 초우량 유통업체인 롯데백화점도 계획대로 상여금 등을 줄 예정이다.
하지만 상황이 다급하지 않은 이런 기업들도 보통 연말에 있어온 인사를 내년 초로 넘기고 승진도 소폭만 생각하고 있어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 실적은 그런대로 좋지만 내년이 걱정이기 때문에 경비지출을 줄이고, 승진 인사도 자제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잔뜩 움츠린 사기업과는 달리 공기업은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포철은 장기상여금 100%와 반기별로 150%를 주는 성과급을 모두 지급키로 했고, 파업 일보직전까지 갔던 한전도 연말에 150%의 보너스를 예정대로 줄 계획이다.
한국중공업 등 나머지 공기업들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그럭저럭 괜찮은 연말을 맞고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IMF이후 구조조정을 추진한 덕에 사기업들보다는 내실이 다져졌다"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급여삭감 등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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