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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좇다 쪽박 '카지노 홈리스'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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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좇다 쪽박 '카지노 홈리스'속출

입력
2000.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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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새벽 5시. 강원 정선군 고한읍 폐광촌 '스몰카지노' 지하 1층. 소연회장 바닥에 20여명이 신문지를 깔거나 덮고 새우잠을 자는 진풍경이 벌어졌다.1층 카지노객장 앞 로비 바닥에도 20~30여명이 여기저기서 웅크리고 잠을 자는 모습이 눈에 띈다. 해발 1,150m. 살을 에는 칼바람이 몰아치는 주차장에도 자동차 안에서 히터를 틀어놓고 잠을 청하는 사람들이 20명은 넘어 보인다.

■돈 잃고 집에 못가는 홈리스들

스몰카지노가 개장(10월28일) 한달을 넘기면서 카지노 곳곳에는 집에 못가고 방황하는 '홈리스(Homeless)족'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카지노에 원정을 왔다가 돈을 모두 잃었으면서도 대박의 환상과 울분을 지우지 못한 채 객장을 떠나지 못하는 '패배한 베팅족'들이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자지 못해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모습으로 새우잠에서 깨 이 테이블, 저 룰렛을 기웃거리며 남들의 베팅을 구경하는 홈리스족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최근 회사측의 구조조정으로 해직되자 퇴직금 1,700만원을 들고 와 일주일만에 다 날린 김모(35ㆍ서울 강동구)씨가 대표적인 예. 김씨는 돈을 잃자 집에 갈 생각은 하지 않고 3일째 룰렛과 테이블을 옮겨 다니며 두편에서 구경만 하고 있다.

차비조차 없다던 김씨는 기자가 "집에 가라"며 2만원을 건네주자, "생각지도 않은 돈이 생겼으니 잘될 것 같다"며 쏜살같이 객장으로 달려가 룰렛에 돈을 걸었다.

■목욕탕은 홈리스들의 빨래터

3일 오후 5시 카지노호텔 목욕탕. 경기 안양에서 왔다는 60대 퇴직자가 등산양말과 속옷을 빨아 건식사우나 안에서 말리고 있었다.

지난달 초에도 관광차 왔다가 300만원을 날렸다는 그는 "본전 생각에 10여일 전 부인에게 강원도로 등산간다고 속이고 다시 와 또 1,700만원을 날렸다"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세탁소ㆍ전당포 때아닌 호황

이들 홈리스족 덕분에 고한읍내 세탁소들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들은 돈을 잃기 전까지는 속옷까지 세탁소에 맡기지만 카지노 생활이 1주일 정도 지나면 세탁비 마저 마련하지 못해 서울역 홈리스족과 모습이 닮아간다.

홈리스족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은 전당포라고 카지노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최후의 베팅'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거나, 환상을 접고 집에 갈 차비를 구하려는 베팅족들로 고한읍내 새로 생긴 5곳의 전당포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카지노의 한 딜러는 "휘황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슬롯머신,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 가끔씩 터지는 환호성이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심신이 망가지고 있는 그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선=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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