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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의장과 얼굴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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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의장과 얼굴마담

입력
2000.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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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이만섭 국회의장이 검찰 수뇌부 탄핵 소추안 처리문제와 관련, 여당의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야당으로부터 비토를 당했다.다행히 이 의장이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야당이 이를 수용하는 것으로 문제는 일단락 됐지만, 국회의장의 권위에는 금이 갔다. 아무튼 스타일은 구겼다.

■검찰 수뇌부 탄핵 소추안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 의장이 평소대로 했더라면 별 일은 없었을 터였다. 의장이라 하더라도 소속 정당의 이익에 배치된 행동을 할 수는 없다는 것쯤은 야당도 알고 있고, 그래서 어느 정도는 접어 준다. 그러나 이 의장은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느니 하면서 공연히 소신의 면모를 보였고, 결국은 야당에 덜미를 잡혔다. 우리 정치 풍토상 국회의장이 소신을 외칠만한 자리는 아니다.

국가 의전서열 2위로 지위는 높지만, 정치적 지위는 그리 높지가 않다. 위에서 찍어 앉히는 자리인 탓이다.

■역대 의장의 면모를 보면, 의장이 어떤 자리인가 짐작이 간다. 제헌 때부터 이번 16대까지 의장자리는, 이승만 신익희 이기붕 곽상훈 백낙준(참의원 의장) 이효상 백두진 정일권 정래혁 채문식 이재형 김재순 박준규 이만섭 황낙주 김수한 이만섭씨로 이어진다.

헌정사의 우여곡절에 비하면 결코 많지 않은 숫자이지만, 앞의 두 사람을 제외하고 소신 정치인으로 평가 받을 만한 사람은 과연 몇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언뜻 역대 의장들은 모 나지 않은 사람들로 보인다. 모 난 돌이 정 맞는다는 옛 말을 잘 터득한 정치인이라고 한다면, 혹시 실례되는 표현은 아닐까 모르겠다.

기실 어떤 정권이건 말 잘 듣는 사람을 앉힐 것은 뻔한 일로, 모가 나 말 안 들을만한 사람을 앉히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때 정가에서 국회의장을 '고용사장 '또는 '얼굴마담'으로 비유한 것은 이런 배경 탓이다.

고용직이라 그런지 한번 앉은 사람이 연달아 앉은 경우가 많았다. 네번을 거푸 한 이효상씨를 포함, 두번 이상 역임한 사람이 아홉명이나 된다. 이만섭 의장도 두번째다.

그런 이 의장은 현재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을까. 소신 정치인일까 고용사장 일까, 그것이 자못 궁금하다. 그러나 어떻든 국회의장은 당적이 없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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