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제2차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의 평양출발이 예정보다 지연된 것은 북한측이 국내 언론의 보도내용을 문제삼아 사죄를 요구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방문단은 북측으로부터 아무런 공식설명도 듣지 못한 상태에서 점심식사마저 거른 채 크게 불안해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남측 관계자와 평양에서 취재한 남측 공동취재단측에 따르면 북한측은 전날 오후 조선일보 12월1일자 4면 '김정일 장군 호칭 잦아 남 가족 머쓱' 이라는 기사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기사는 서울과 평양의 단체상봉장에서 북측 가족들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찬양한 사례를 짜깁기한 내용. 북측은 제목을 '머쓱'으로 뽑은 조선일보 태도에 불쾌해 하면서 1일 밤 11시40분께 방북 취재단의 일원인 이 신문 사진기자 김창종(金昌鍾)씨를 남북 연락관 접촉이 이뤄지는 방으로 데려갔다.
여기서 안내원 10여명이 둘러싸고 따지는 등 상당히 위압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 연락관은 이에 대해 "감금이 아니냐"며 북측에 강력히 항의했다.
북측은 김 기자의 노트북과 카메라 2대의 필름을 검사한 뒤 "전체 분위기가 정서에 맞지는 않지만 딱히 문제삼을 것은 없다"며 이튿날 새벽 김기자를 숙소로 돌려보냈다.
양측은 이후 계속 협상을 통해 문제를 원만하게 종결짓기로 함으로써 사태가 일단락됐다.
이 바람에 아침 7시부터 로비에 내려와 있던 남측 방문단은 영문도 모른 채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방문단이 숙소인 고려호텔을 나선 것은 예정보다 4시간 이상 지연된 낮 12시45분께. 결국 남측 방문단을 태운 고려항공 특별기는 예정시각을 5시간여 넘긴 오후 3시가 다 돼서야 평양 순안공항을 이륙했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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