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식(張在植) 예결위원장의 '김용갑 박살' 메모 파문으로 국회 예결위가 파행됨에 따라 정기국회 폐회일인 9일로 예정됐던 새해 예산안의 처리가 힘들어졌다.국회는 4일 예결위 회의를 속개, 총 101조 300여억원 규모의 2001년도 예산안 심사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나, 한나라당이 장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회의에 응하지 않기로 해 진통이 예상된다.
메모 파문이 없었더라도 예산안 심사는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대개 예산안 심사에는 총괄질의(4~5일), 부별질의(4~5일), 계수조정소위(5~6일) 등 보름 안팎이 소요되는데 이번에는 국회공전 등으로 폐회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또 본격적인 심의과정에서 예산 삭감규모 및 조정범위, 예산 관련 제도개선 등을 둘러싸고 여야 간 논란이 불거질 경우 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새해 예산안은 불가피하게 한나라당이 요구해 온 임시국회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국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여야 간에는 예결위 파행의 책임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민주당 김재일(金在日) 부대변인은 "사소한 이유로 국회를 거부하는 것은 결국 임시국회를 열겠다는 전략"이라고 비난했고,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여당의 오만한 태도 때문"이라고 맞받아쳤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이날 권 대변인을 통해 "언론이나 우리 당이 포인트를 잘못 짚고 있다"면서 "메모 내용 중 '김용갑 박살' 부분이 아니라 '회의가 중단되더라도'라는 대목을 문제 삼는 것임을 분명히 하라"고 지시하는 등 사전 차단막을 치고 나섰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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