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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악화 가감없이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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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악화 가감없이 전달"

입력
2000.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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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들은 민심의 악화를 포함해 하고 싶은 얘기를 100% 다 했다. 성역이 없었다."한 최고위원은 2일 밤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최고위원들은 현 시국을 위기로 진단하고 당정개편, 국정운영 시스템 재편, 경제위기 극복, 지역화합 문제, 소수여당 구조 극복방안 등 현안에 대해 갖가지 처방을 제시했다.

만찬을 겸한 회의에는 포도주가 나왔으나 참석자들이 거의 손을 대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심각했다.

회의가 끝난 뒤 박병석(朴炳錫) 대변인은 "최고위원들은 국민들이 걱정하는 경제문제 외에도 당정쇄신, 인사문제, 시스템 개편 문제 등에 대해 진솔하고 가감 없이 보고를 드렸다"고 발표했다.

최고위원들은 회의 내용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기로 약속한 뒤 3일 오전까지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

서영훈(徐英勳) 대표는 3일 낮 교회 예배를 마치고 기자와 만나 회의 결과에 대해 "시국이 어렵고, 민심이 좋지 않고 당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얘기들을 전했다는 것 외에는 전할게 없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회의에 앞서 30분간 대통령과 독대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거취 문제가 거론됐느냐는 질문에 "그 문제는 평소 내가 말하던 대로 했다"고 말해 사의 를 표명했음을 밝혔다.

서 대표는 그러나 "(당정개편 문제에 대해) 대통령은 잘 들었다고 말하고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들은 평소 하던 얘기를 모두 다 했다"며 "인사쇄신의 경우 여권내 진용개편도 거론됐지만 지역편중 인사의 시정 필요성도 제기됐다"고 전했다.

김 대통령은 저녁식사가 끝난 뒤 "순서 없이 돌아가며 얘기해 보라"며 자유발언의 분위기를 유도했다.

이에 상당수 최고위원들이 "여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급락하는 등 민심이 극도로 악화하고 있다"고 전하고 "당정쇄신 뿐 아니라 국정운영 방향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거론했다.

김근태(金槿泰)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 등은 대대적인 당정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일부 최고위원은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정치인들이 내각의 주요 포스트에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소 회의에서 말을 아꼈던 한화갑(韓和甲)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 등도 "근복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경제위기 극복책으로는 "정부와 여당이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구조 개혁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처방들도 제시됐다.

일부 최고위원들은 "위기의 주요 원인이 소수여당의 한계에 있으므로 정계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정계개편론의 운을 떼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최고위원들의 말을 경청한 뒤 "잘 들었다. 유익했다. 깊이 생각하겠다"며 "정기국회를 마무리 한 뒤 국가가 나아가야 할 장ㆍ단기 방향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자"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김 대통령이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상당부분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연말께 큰 틀의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회의는 오후 6시30분부터 1시간여동안 중국식으로 저녁을 한 뒤 9시20분까지 2시간 가까이 진행됐으며, 최고위원들은 회의를 마친 뒤 15분동안 별도 모임을 갖고 회의 내용에 대한 '함구'를 약속했다.

원탁에서 진행된 회의에서 김 대통령의 좌우에는 권노갑(權魯甲) 최고위원과 서 대표가 앉았다. 또 박 대변인 외에 청와대에서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 남궁진(南宮鎭)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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