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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백지영 거짓말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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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백지영 거짓말과 진실

입력
2000.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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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백지영은 거짓말을 했다. 'B양 비디오'가 처음 불거져 나왔을 때 그는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이런 사건의 관계자로서는 드물게 기자회견을 갖고 "나도 모르게 촬영했다"고 주장하자, "이번에도 거짓말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상대남의 반박 주장까지 있다. 그러자 또 가수는 "셀프 카메라면 은퇴하겠다"고 응수했다.

인터넷 상에는 '백지영 살리기 운동 본부'가 발족했지만, 이들을 비난하는 여론도 적잖다.

인터넷은 백지영에 대한 동정론과 자숙론의 격전장이다. 백지영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거짓말을 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고,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사생활을 깨끗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이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그러나 백지영이 왜 거짓말을 하게 됐는지 따져볼 필요도 있다. 아직도 성적 피해를 당한 여성은 이중고를 당한다.

최근 한 개그맨의 성폭행 사건이 보도되자 많은 사람들은 "여대생이 성폭행 당했다고 경찰서에 바로 신고한 것을 보면 여간내기는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전히 남성 가해자보다 여성 피해자를 색안경을 쓰고 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또한 '백지영 같다'는 소문만 듣고도 비디오를 보려는 사람이 줄을 서는 판인데, 과연 "그건 나"라고 밝히기가 쉬웠을까. 그리고 과연 그걸 필요가 있었을까.

백지영에게는 또 다른 심판대가 기다리는 듯하다. "백지영이 알았느냐, 몰랐느냐"이다.

중세에는 강간으로 임신한 여성에 대해선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았다. 당시 과학은 오르가즘이 임신의 전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백지영에게 '고백'을 강요하는 상황은 그를 피해자가 아니라 '법범자'처럼 생각하는 가부장적 허위의식 때문은 아닐까.

박은주 문화부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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