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경제 비상시국'이다.경제정책도 당연히 '최악'을 염두에 둔 비상대책이 필요하다.
성장 물가 경상수지를 다 장밋빛으로 물들게 하고, 구조조정을 하면서 실업도 줄이고, 부실을 털어내면서 투자자에겐 한푼의 손실도 입히지 않겠다는 어느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는 '유토피아'적 발상과 '메시아'적 정책을 정부는 이제 용기있게 포기해야 한다.
진 념(陳 稔) 경제팀이 선택해야 할 궁극적 과제는 '흑자경제'다. 대외적으로는 '경상수지흑자', 대내적으로는 '재정흑자'다.
미국은 수십년 '쌍둥이 적자'속에서도 달러의 위력으로 번영할 수 있었지만 한국의 '작고 개방된 경제(Small Open Economy)'는 '쌍둥이 흑자'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1997년 환란의 발원지를 찾아들어가면 결국은 경상수지 적자문제가 도달한다. 돈이 새나가는 경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제는 허약할 수 밖에 없다.
돈 이동의 빗장이 모두 풀리고, 국내 금융시장이 외국단기자본에 점령돼 대외적 위험노출도가 97년보다 훨씬 높아진 현 한국경제로선 경상수지 흑자야말로 제2의 환란방지를 위한 제1조건이다.
성균관대 김경수(金慶洙)교수는 "중남미 상습 환란국들이 공통적으로 만성 경상수지 적자국이란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흑자 없이는 가난구제도, 구조조정도 불가능하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그토록 소극적이고, 농민 노동계 등 이익집단 요구에 한없이 무력한 까닭은 결국 희생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탓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영선(高英先)박사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양산되는 실업과 빈부 문제는 결국 상당부분 재정이 흡수해줘야 한다. 구조조정의 성공, 갈수록 늘어날 복지수요를 감당하려면 먼저 적자재정의 조기건전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구조개혁이 절실하다면 희생을 피해선 안된다. 경제정책에, 더구나 위기상황에 '꽃놀이패'란 없다. 백화점식 정책은 더 이상 난국의 해법이 될 수 없고, 선택과 집중만 있을 뿐이다.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한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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