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사람들의 경우 아침시간대에 텔레비전을 켜는 일은 일종의 습관이다. 꼭 봐야 할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무의식적으로 켜놓고, 그런 다음에는 텔레비전 혼자 웅웅거리게 놔두는 수가 많다. 나도 그랬다.단지 유명 연예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들의 연애시절 이야기나 집꾸밈 방법, 이혼 사유 등이 소상하게 흘러나오는 화면 앞에 아침부터 턱을 괴고 앉아있기도 참 무렴한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 시간을 기억해 두었다가 일부러 채널을 돌려 시청하는 프로그램이 하나 생겼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그 프로그램을 본 후에 처리하려고 일상의 시간표를 슬쩍 조정하기도 한다. 바로 EBS에서 아침 10시 30분에 방영하고 있는 '프로주부 특강'인데 그 중에서도 지난 주 월요일부터 방송되고 있는 '송길원 스페셜' 때문이다.
무심코 듣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나 자신을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강의의 설득력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송길원 스페셜' 의 매력은 품격이 높다는데 있다. 송길원 박사는 흔히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선 내용보다는 입담이나 부풀린 제스처로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이 다반사라는 시청자들의 의혹을 품위 있는 말솜씨와 역시 그 수준의 강의 내용으로 간단히 불식시켜 버린다.
그의 강의는 억지웃음 대신 생각하게 만드는 유머와 사색의 실마리들을 풍부하게 제공한다. 아침 시간, 오늘 하루의 삶에 대해 모색하고 실천해야 할 그 시간에 텔레비전에서 이만한 품격을 보여 준다는 것은 말 그대로 신선한 충격이다.
'송길원 스페셜'이 화두로 선택한 것이 '행복한 가정'이라는 것도 진정 의미심장하다.
우울하고 어두운 소식밖에는 들리지 않는 이 추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지금 왜 또 가정 이야기인가, 하는 반문은 전혀 필요치 않다. 우선 가정이다, 라는 절박함에 대해 송길원 박사는 여러 가지 예화들을 제시하고, '사랑'이거나 '웃음'이거나 '칭찬' 같은, 너무 자주 말해져서 이제는 닳아빠진 듯 싶은 진실들을 다시 한번 제대로 펼쳐보자고 제안한다.
그의 제안이 소중한 것은 지나치기 쉬운 진실들을 일상에서 잊지 않고 실천 할 수 있는 방법까지 차근차근 일러준다는 데 있을 것이다. 저절로 따라하고 싶은, 이제까지 나는 왜 저렇게 살지 않았나 싶은 자기 반성과 성숙은 그러므로 좋은 강의의 당연한 결과물이다.
또 하나, EBS 제작진이 처음 5회로 기획했던 이 강의를 특별히 10회로 연장했다는 것, 시간대를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밤으로 옮겨달라는 시청자 요구가 빗발친다는 것, 이것 역시도 좋은 프로그램에 따르는 당연한 반응들이다.
양귀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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