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사 간 스포츠경기 중계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경쟁이 도를 넘어섰다. MBC가 투수 최고 영예인 사이영상 후보에 오른 박찬호 선수의 미 메이저 리그 독점중계 계약을 하자 KBS가 발끈하고 나섰다.MBC의 계약이 터무니없는 고가이며 불공정 소지마저 있다는 주장이다. MBC의 메이저 리그 독점 계약으로 촉발된 방송사간의 스포츠 중계권 쟁탈전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이성을 잃었다.
미 메이저 리그 중계권 다툼에서 MBC에 선수를 빼앗긴 KBS는 국내 프로 스포츠 중계권을 독점했다고 한다. KBS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프로축구연맹과 독점 계약에 이어, 한국농구연맹(KBL)과도 독점중계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다만 SBS는 KBS로 부터 방영권을 나눠 받기로 해 MBC만 국내 프로 스포츠 중계의 길이 사실상 막힌 셈이다.
다분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같은 보복전 양상이다. 이에 대해 MBC는 '시청료 수입으로 운영되는 KBS가 국내 프로 스포츠 중계를 독점하려는 것은 지나친 횡포'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대 공중파 방송간의 스포츠 중계를 둘러싼 이 같은 이전투구 양상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의 심사는 한마디로 착잡하다. 지금 우리는 공기업이나 사기업 할 것 없이 모두 철저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국가 경제가 살아 남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대량 실업사태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때에 경쟁사를 제치기 위해 수천만 달러라는 엄청난 중계료를 지불하는 일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KBS와 MBC는 공영방송으로서의 본분을 생각하기 바란다. 더 이상 시청률 경쟁으로 인해 엄청난 외화가 낭비되는 현상 만큼은 막아야 한다.
현재와 같은 진흙탕 싸움은 두 방송 어느 쪽에도 이롭지 않다. 이런 싸움은 당장 1억 달러(약 1,200억원)의 요구액을 1,700만 달러(약200억원)까지 내리기로 했다는 2002년 월드 컵 중계권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1997년 방송 3사가 스스로 맺은 '코리안 풀'같은 자율방안을 다시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한다.
공중파 방송의 이전투구 양상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주무 관서인 방송위원회가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차제에 필요하다면 공영방송법의 정비도 모색해 봐야 할 것이다.
미 메이저 야구 중계권료로 투입하는 수 백억원의 재원이라면 얼마나 많은 프로의 질적 개선을 이룰 수 있는 금액인지 모른다.
더구나 우리는 심각한 외환위기를 겪은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현재도 제2의 IMF사태를 걱정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실업대란이 우려되는 추운 겨울에 공중파 방송의 소모적 시청률 경쟁은 매국적 행위라고 비난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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