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가족 상봉의미납북자 가족이 2차 이산가족 방문단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 혈육과 상봉함으로써 납북자 문제 해결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1987년 납북된 동진호 선원 강희근(49)씨의 어머니 김삼례(73)씨가 아들과 만났다는 사실은 현재 487명으로 알려진 다른 납북자 가족들에게도 꿈에 그리던 가족과 재회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 준다.
동시에 야권의 호된 비판을 받고 있는 납북자 문제에 대한 정부의 해법이 유효하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그 동안 납북자 문제를 넓은 의미의 이산가족 범주에 넣고, 이산가족 상봉 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해 왔다.
북측이 납북자의 존재를 전면 부정하는 상황에서 일각에서 주장하듯 무조건 송환을 요구할 경우 해결 가능성이 적다는 판단에서 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적십자 회담과 장관급 회담 등 각종 채널을 통해 '헤어진 동기를 불문하고 모든 이산가족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만나도록 하자'는 논리로 꾸준히 북측을 설득해 왔다.
북측도 처음에는 납북자 문제에 대해 "북조선에 그런 사람은 없다"며 완강한 태도를 보였으나 차츰 "나중에 논의하자"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 틈을 비집고 정부는 2차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돌파구 마련을 시도했다.
김씨를 포함하여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낸 납북자 가족 50여명을 교환 방문단 추첨에 포함시켜 북측의 진의를 확인코자 했던 것이다.
북측은 1일 평양방송을 통해 먼저 김씨의 아들 상봉 사실을 전하면서 아들 강씨의 입을 통해 "(남측의) 납북 주장은 날조이며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북한에 정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납북자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납북자도 이산가족 문제의 하나로 간주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정부측 해법이 유효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야당 일각과 대다수 납북자 가족들은 납북자 문제를 일반 이산가족 범주에서 분리해 별도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하고 있다. 납북자 문제는 비전향 장기수처럼 '상봉이 아닌 송환' 문제인 만큼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측에 한꺼번에 많은 요구를 할 경우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이번 성과를 토대로 납북자 문제를 계속 조용히 풀어나간다는 입장을 고수할 방침이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납북자 가족들은 김삼례(73)할머니와 납북자인 아들 강희근(49)씨와의 만남을 바라보면서 이 만남이 납북자 문제 해결의 계기가 되기를 고대하면서도 한결같이 "납북자 문제는 일반 이산가족과는 별개의 방식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87년 1월 납북된 동진호 어로장 최종석(55)씨의 딸로 납북자가족협의회장인 최우영(30)씨는 "지금처럼 이산가족과 섞여서 만나면 우리가 주장하던 송환과는 점점 멀어진다"며 "이런 식의 만남은 사실상 귀환을 포기하는 일이기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납북자가족모임의 최성용(50)대표는 "김할머니의 상봉이 개인적으론 기쁘고 감격스런 일이지만 북한이 '납북자는 없다'고 선전하는 데 이용당한 측면도 있다" 며 "정부는 납북자 문제를 공론화 하고 남북 당국간 공식 기구와 절차를 마련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끌려간 피랍자 가족 모임인 '6.24사변 납북자 가족회'의 이미일(51.여)대표도 "선별적인 만남으론 납북자 문제를 일괄적으로 묶어 하난의 사안으로 상봉과 송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통일부등 관계당국에 따르면 53년 휴전이후 북한에 납치돼 억류중인 납북자는 모두 487명.
이중 어부가 436명으로 가장 많고 대한항공 승무원 및 승객 12명, 해안가에서 납치된 고교생 5명 등이다.
생존 국군포로도 351명으로 집계돼 있다.
/정녹용기자.김용식기자
■납북 어부의 어머니 김삼례(金三禮ㆍ73)씨의 평양방문과 관련 정부는 엄격한 보안을 지키면서 언론에 비도보 협조를 사전에 요청했다.
한적과 당국은 70세 이상 이산가족을 대상으로 한 방문자 추첨을 통해 김씨가 후보자 200명에 포함되고, 아들의 생존이 북측으로부터 확인돼 최종 방문자 100명의 명단에 들어간 직후인 11월 초 김씨의 방북 사실을 통일부 출입기자단에게 알렸다.
이에 한국일보를 비롯한 신문ㆍ방송사들은 국민의 알권리 못지않게 납북자 가족들의 상봉 권리도 중요하다고 판단, 지속적인 납북자 가족들의 상봉을 염두에 둔 정부의 요구를 수용했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김씨와 같은 납북자 가족들의 상봉이 지속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우리측의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
사전에 이를 보도할 경우 북측을 자극해 납북자 가족들의 상봉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납북자 가족들도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평양의 남측 공동취재단은 30일 단체상봉에서 김씨와 아들 강희근(49)씨가 상봉하는 장면, 1일 개별상봉을 통해 재회하는 장면, 1일 점심에 김씨가 진갑상을 받은 장면 등을 모두 취재했지만 보도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북측이 2일 오전 7시 평양방송을 통해 김씨 모자 상봉 사실을 보도함에 따라 이후 우리측 언론들도 김씨 모자의 상봉소식을 자세히 전했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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