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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속으로]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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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속으로] 릴케

입력
2000.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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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5년 12월4일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보헤미아의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릴케의 시 가운데 한국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가을날'일 것이다."주여, 어느덧 가을입니다/ 지나간 여름은 위대하였습니다/ 태양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눕히고/ 광야로 바람을 보내주시옵소서"로 시작하는 이 시는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릴케는 20세기에 독일어로 시를 쓴 가장 뛰어난 시인 서넛 가운데 들 것이고, 만년의 대작 '두이노의 비가(悲歌)'나 '오르페우스에게 부치는 소네트'는 보들레르 이래 내면화의 길을 걸어온 유럽 시의 한 정점이라고 할 만하지만, 장미 가시에 찔려 죽었다는 그의 마지막도 썩 '시적(詩的)'이다.

그는 1926년 어느 가을날 자신을 찾아온 이집트 여자 친구를 위해 장미꽃을 꺾다가 가시에 찔렸고, 그것이 화근이 돼 패혈증으로 고생하다가 그 해 12월1일 51세를 일기로 삶을 마쳤다

연구자들은 흔히 릴케의 생애를 4기로 나눈다.

제1기는 '꿈의 관(冠)''강림절'등의 시집으로 묶인 몽상적인 신낭만파 풍의 시를 쓰던 고향 프라하 시절이고, 제2기는 뮌헨으로 거처를 옮긴 뒤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와의 러시아 여행 체험을 밑바탕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에 종교성을 가미하던 시기다.

제3기는 파리에서 조각가 로댕의 비서로 일하며 그의 영향을 받아, 마치 조각품처럼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우주를 형성하는 '사물(事物)로서의 시'를 지향하던 시기다.

이 시기의 산문인 '말테의 수기(手記)'에도 로댕의 조각 수법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제4기는 '두이노의 비가(悲歌)'등으로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며 존재론적 탐구를 행한 만년이다.

미숙아로 태어난 릴케의 손을 통해 독일어와 인류의 문학사는 재산을 크게 불렸다.

/편집위원aromachi@hk.co.kr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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