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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 새내기 주부 김희숙씨의 김장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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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 새내기 주부 김희숙씨의 김장 채비

입력
2000.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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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다면 돈은 얼마나 들까. 본격적인 추위가 아직 늦어지고 있지만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면 주부들의 마음은 분주하다. 마당 가득 배추를 쌓아놓고 연신 김칫독을 부셔가며 월동채비를 하던 시절.세월이 바뀌어도 김장은 여전히 주부들의 숙제로 남아있다.

결혼 생활 7개월째에 접어든 새내기 주부 김희숙(27ㆍ서울 강서구 화곡동)씨는 신혼 첫 해부터 '내 손으로' 김장을 하기로 작정했다.

전화 한 통화면 현관까지 배달해주는 주문 김치도 있고, 가까운 식품 매장에만 나가도 맛깔스럽게 포장된 브랜드 김치가 널려 있지만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대전에 사는 친정 엄마도 "집에서 갖다 먹으면 될 걸 왜 사서 고생을 하냐"며 끈질기게 만류했지만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아내가 해 준 요리를 늘 최고라며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서도 김치 만큼은 온 정성을 쏟아 준비해 볼 생각이다.

구인구직 전문사이트 잡링크(www.joblink.co.kr)에서 웹PD로 일하고 있는 김씨는 인터넷 전문가답게 우선 인터넷 쇼핑몰에서 가격 조사부터 했다.

포장김치 5포기(10㎏)가 3만 5,000원에서 4만원선. 직접 김장을 할 경우 소요되는 시간과 노동비까지 감안한다면 최소한 이 보다는 돈이 적게 들어야 한다는 계산이 섰다.

신접 살림을 차린 화곡동 집에 사는 식구는 세 명. 초등학교 미술 교사인 미혼의 친언니가 '얹혀 살고'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일반 유통업체들은 통상 4인 가족이 배추 20~30포기를 담는 것을 기준으로 김장 비용을 산출하고 있지만, 하루 한두 끼를 집에서 때우는 어른 세 명이 겨우내 먹을 김치는 배추 5포기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더구나 일반 기업체 영업 사원인 남편은 잦은 '접대'업무로 저녁을 집에서 먹는 일이 거의 없다. 모자라면 그 때 가서 다시 한두 포기 더 하더라도 조금씩 담그는 게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김씨는 올 김장 때 포기김치 외에도 친정 엄마 어깨 너머로 배운 보쌈김치와 동치미도 함께 담글 예정.

동네 재래시장(배추와 무)과 할인매장(부재료들)에서 가격을 조사해 필요한 김장거리를 정리해 보니 ▦배추 5포기(4포기는 포기김치용, 1포기는 보쌈김치용) 3,750원 ▦무 2개 1,500원 ▦동치미 무(작은 것) 5개 1,500원 ▦ 배 2개 1,600원 ▦파 1단 1,500원 ▦까나리 액젓 1병 3,000원 ▦당근 2개 600원 ▦낙지 1마리 5,000원 ▦밤ㆍ깐 마늘ㆍ생강ㆍ고추ㆍ실고추 6,000원 등 당장 들어갈 돈이 2만 여원이 약간 넘었다. 배추의 수요가 적어졌는지 값이 지난 주에 비해 크게 내렸다.

김치 맛을 내는 데 필수적인 고춧가루와 찹쌀가루(김치 속을 버무릴 때 찹쌀 풀을 섞어 맛을 내는 것이 고향 충청도식), 굵은 소금, 고명이나 양념으로 쓰는 대추나 잣, 은행 등은 집에 있기에 제외했고, 배추는 속이 꽉 찬 강원도산 배추가 좋다는 친정 엄마의 조언에 따라 최상등급인 포기당 750원짜리를 기준으로 삼았다.

아직 '왕초보'이긴 하지만 최소한 포장김치보다는 싸게, 그것도 내 입맛에 맞는 개성 만점의 김치를 장만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마음이 설렌다.

김치 담그는 양이 워낙 적다 보니 요즘 유행하는 김치냉장고를 장만할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플라스틱 통에 담아두면 왠지 격에 안 맞는 것 같고.

시집 올 때 친정 엄마가 "쌀을 넣어두면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며 사준 조그만 황토항아리가 있는데 그걸 김장독으로 사용해 볼 작정이다. 정성껏 담근 김치를 한 포기 한 포기 항아리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땅에 묻어 둔 김치만은 못해도 비슷한 풍미는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 후 처음 맞는 겨울 준비. 김씨는 신세대 주부답지 않은 '김장 예찬론'을 덧붙인다. "한 겨울에 곰삭은 김장 김치를 꺼내 언니들과 만두를 빚어 먹고, 신 김치를 길쭉길쭉하게 찢어 삶은 고구마에 얹어 먹던 일.. 어린 시절의 아름답고 풋풋한 기억 때문에 김장은 나에겐 너무도 소중한 행사예요. 세상이 아무리 편해지더라도 타협하기 싫은..."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맛도 종류도 다양 브랜드 김치 '눈길'

김치 담그는 게 서투른 초보 주부나 식구가 적은 경우 김장김치를 사다 먹는 일이 흔해졌다.

사다 먹는 김치는 집에서 담그는 것과 비교해 아무래도 가격이 비싸지만 일손을 덜 뿐 아니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종가집', '농협' 등 김치 브랜드들이 내놓은 김장김치는 배추김치, 무김치, 갓김치 등 종류가 다양할 뿐 아니라 전라도맛, 경상도맛 등 맛도 가지각색이어서 선택의 폭이 넓다.

'브랜드 김치'는 다양한 입맛에 맞추기 위해 자극적이지 않고 시원하고 개운한 것이 공통적이다. 또 파는 음식에 대해 불신감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을 의식해 백화점, 할인점, 매장 등에서 담그는 과정을 시연하는 등 위생적이란 이미지를 주고 있다.

또 오래 보관해야 하는 김장김치의 경우 일반 포장김치보다 조미료 사용을 줄였다.

인공감미료나 설탕 등이 많이 들어가면 맛이 빨리 변하고 보통 김치보다 쉽게 물러지기 때문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가장 높은 것이 '종가집김치'. 궁중요리전문가 황혜성 선생의 기술자문을 받아 전통적인 맛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양념을 아끼지 않아 김칠 맛이 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5㎏ 기준으로 포기김치 2만원, 백김치 2만원, 총각김치는 2만 3,000원 동치미는 1만 7,500원이다. (080) 080-8866

농협은 전국 12개 김치공장에서 김치를 만들어 배달해 주고 있다. 김치맛은 배추 젓갈 등 재료맛에 좌우하는 점을 감안해 소비자가 원하는 지역을 선정하면 그 지역 공장에서 만들어진 김치를 배달해 준다는 점이 특색이다. 맛이 깔끔하다는 평가이다.

포기김치는 5㎏에 1만 8,000원, 10㎏에 3만 4,000원이다. 5㎏ 기준으로 깍두기 1만5,000원, 고들빼기 3만원, 갓김치 2만 7,000원 등이다. (080) 456-7800

'강화순무골'은 간기능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순무를 재료로 해 포기김치, 깍두기, 동치미 등을 생산한다. 깍두기는 5㎏에 2만 5,000원이다. (032) 933-2988

'베지퀸'은 특수 유산균을 넣어 소화가 잘 되고 냄새가 안 나는 유산균 김치를 800g에 1만 500원에 판다. 아이들 입맛에 맞고 도시락반찬으로 좋아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02) 515-9996

'진가네김치'는 맵고 짠 경상도식 김치를 전문적으로 생산한다. 경상도 특유의 진한 맛을 내기 위해 직접 만든 멸치젓을 많이 넣은 게 특징이다. 10㎏ 기준으로 배추김치 3만원, 동치미 1만 1,000원이다. (053) 615-7770

소금에 절인 배추를 사다 집에서 버무리는 반조리식 김장도 인기다. 한화유통은 배추 5㎏(3~4포기)에 5,500원, 하나로마트는 6,500원에 판매한다.

김동선기자

weeny@hk.co.kr

■한나절 나들이로 "김장 다했네"

'김장,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여행을 겸한 김장투어나 김치강습을 이용하면, 김치초보자들도 손쉽게 그리고 즐겁게 김장을 마무리할 수 있다.

김치공장 견학과 김치 담그기 체험이 어우러진 '김장투어'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

한나절이면 나들이도 하고 겨우내 먹을 김장도 끝내기 때문. 절임배추 등 준비된 재료를 버무리기만 하면 되므로, 배추를 절이고 갖은 양념을 준비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줄인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동원F&B의 김장투어에선 충북 진천의 김치공장을 방문, 2시간여 노동으로 4인 가족의 김장김치(30㎏)를 장만한다.

취향에 따라 배, 생굴, 생새우, 젓갈 등을 선택해 입맛과 손맛을 살릴 수 있고, 보관을 시켜 원하는 날짜에 10㎏씩 배달 받을 수도 있다. 3㎏을 더 담가서 오후에는 음성 꽃동네에 전달하기 때문에 이웃사랑 실천의 기회도 된다.

강원 횡성의 김치공장으로 떠나는 ㈜두산 종가집의 김치투어는 직접 담가 가져오는 김치를 10㎏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역시 굴 따위의 재료는 입맛에 따라 조절할 수 있으며, 희망하는 날 가정에서 배달받는 것도 가능하다.

무농약 김치를 저렴하게 담글 수 있는 김치투어(62농닷컴)도 있다. 경기 양평 두물머리농장에서 팔당유기농업운동본부의 농민들과 어울려, 무농약 재배한 배추, 무, 고추, 마늘과 유기 재배한 마늘, 파 등으로 김치를 담근다. 젓갈이나 굴은 직접 준비해야 하고, 김치는 5㎏까지만 가져올 수 있다.

김치강습을 통해서는 맛보기 힘든 다양한 김치 만드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김장철을 맞아 10~12월 실시되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02-2273-5411) 김치강습에서는 15만원의 수업료로 배추김치, 고들빼기, 동치미 등 김장김치는 물론 석류김치, 비늘김치 등 별미김치도 배운다.

내년 1월엔 봄김치를 주제로 강습을 시작할 예정. 궁중음식연구원(02- 3673-1122)에서도 김치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고, 사찰김치는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02-355-3961)를 통해 접할 수 있다.

김치의 과학에 이르기까지 김치에 대한 이모저모를 알고 싶다면 김치박물관(02-6002-6456)도 도움이 된다.

김장투어

연락처 김치 제한 일시 참가비

동원F&B 02-3472-6981 30㎏ 월,수,금(12월 29일까지) 12만원(재료비 포함)

두산 종가집 02-3398-1244 10㎏까지 월~목(상시) 4만원(재료비 포함)

62농닷컴 02-403-6393 5㎏까지 12월 7일 7,000원(김치는 ㎏당 3,000원)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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