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에서도 환경운동은 소수 목소리이다. 종교적 교리 자체만 놓고 본다면 파격적일 정도로 친환경적 사유를 보여주지만,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나 환경운동에 대한 참여는 극히 미진한 편이다. 환경파괴에 오히려 한 몫 더 차지했다 해도 할 말이 없는 형편이다.지난달 30일 불교계 13개 환경운동단체들이 조계종 총무원에 올린 건의서는 이런 종교계 경향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었다.
사찰이 저지른 환경훼손에 대해 참회하고 생명운동에 앞장 서기를 종단, 교구 본사, 지역 사찰, 교육기관, 불자들에게 건의하는 내용이었다.
사실 불교계는 지금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로 직접적 피해를 보며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가야산 골프장 건설, 범어사 및 선암사 앞의 아파트 개발, 장경사 옆 송전탑 건설 등의 개발로 인한 피해 뿐 아니라 지리산 댐 개발계획으로 지리산 인근 사찰과 문화유적이 심각한 훼손 위기에 직면해 있다.
건의서는 그러나 이런 환경파괴에 대한 비판에 앞서 불교계 스스로 환경파괴와 관련한 잘못이 없는지를 되묻는다.
대형 건축불사, 오폐수 방류, 무분별한 방생, 사찰 인근 사하촌과 위락시설로 인한 하천오염 등 사찰이 스스로 환경을 파괴한 잘못에 대해 참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환경문제가 사찰의 이해관계가 걸렸을 때만 나설 일이 아니라, 종교적 가르침의 근원에 해당한다며 "우리가 부처님처럼 살고 있는가를 돌아보는 것이며,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라고 지적한다. 조계종 총무원도 이를 적극 받아들여 전 사찰에 이 건의서를 돌리기로 했다.
종교계 환경운동의 작은 물결은 내부 비판에 그치지 않는다. 지리산 댐 건설 반대운동이 활기를 띠는 상황에서 종교계와 일반 환경운동단체들이 함께 모인 '지리산 살리기 국민행동'은 10월 23일~11월 20일 강원 태백시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낙동강 1,300리를 도보로 순례했다.
100여명이 참가한 도보순례는 낙동강 환경을 몸으로 체험하면서 지역 주민과 만나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30일에는 기독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4개 종단의 환경운동단체들이 공동으로 '에너지 절약을 위한 내복입기'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쌍방울과 에너지 관리공단의 후원을 얻어 내복 할인권(30%)이 담긴 홍보지 35만장을 제작해 교회, 사찰, 교당 등 1만5,000여 곳에 배포할 계획이다. 내복을 입음으로써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것이다.
이는 에너지 절약운동 차원 뿐 아니라 종교간 연대활동이 환경운동을 매개로 구체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난달 14일에도 새만금 간척사업 백지화를 위한 종교인 공동 기도회가 열렸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의 환경운동 단체들이 손을 잡고 나선 것이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의 김영락 목사는 "환경문제는 교리적 충돌 없이 공동실천의 장이 된다는 점에서 환경운동을 통한 종교간 공동 연대는 더욱 활성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종교계가 그동안 환경문제를 비롯한 사회적 책임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것은 한국종교의 기복성과 성장주의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이에 대한 반성에서 환경운동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한국불교환경교육원의 박석동 부장은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지만, 종교 본래의 가르침으로 돌아가면서 아울러 종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있어 환경운동이 핵심적 고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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