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첨단 기술주들이 바닥이 어딘지도 모르는채 추락하고 있다.첨단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지난달 30일 전날보다 109.01포인트(4.03%) 하락한 2,597.92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이는 올해 최저치로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3월10일의 5,048포인트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이날 나스닥은 무려 985종목이 연중 최저가를 갱신했다.
나스닥 지수는 월간 기준으로 11월에만 23%가 빠져 '블랙 먼데이'로 유명한 1987년 10월의 27% 이후 최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올 초에 비해 36%나 밀려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나스닥 29년 역사상 가장 많이 떨어졌던 1974년의 35%를 넘어서게 된다.
이날 나스닥 폭락은 대표적 저가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업체인 게이트웨이와 특수반도체 생산업체인 알테라의 4ㆍ4분기 실적 악화 발표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게이트웨이와 알테라 주가는 각각 36.44%와 7.47% 급락했다. 여파로 델 컴퓨터가 11.75%, 칩메이커의 대표인 인텔이 10.62% 하락하는 등 컴퓨터 및 반도체 주가가 맥없이 무너졌다.
첨단 기술주들의 추락은 지난 9월 인터넷 산업의 수익모델 한계론과 반도체 공급과잉론이 제기되면서 감지됐지만, 당시만 해도 크리스마스의 컴퓨터 특수 등으로 버텨낼 것이라는 예상이 더 많았다. 그러나 반도체 수요를 촉발시킬 것이라던 윈도 2000과 인텔의 펜티엄Ⅳ가 기대에 못 미치고, 크리스마스 특수도 미약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기술주들의 끝없는 하강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다 사상 최장의 호황을 구가해온 미국 경제의 하강국면 진입 조짐과 미국 대선의 혼란, 유가불안도 주가의 발목을 잡는 중요 원인이다. 미 정부는 이날 1998년 10월이후 처음으로 개인소득이 0.2% 하락했으며, 지난주 신규실업급여 신청자수도 예상보다 2만8,000여명이 많았다고 발표했다.
월가 분석가들의 향후 전망도 밝지 못하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 분석가인 존 맨리는 "투자자들이 주가의 바닥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출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분석가들은 나스닥의 다음 지지선이 2,400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추가하락을 예상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미 대선 결과가 확정되면 반등이 시작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예상도 내놓고 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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