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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없는 南美여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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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없는 南美여 아디오스

입력
2000.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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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캐나다로, 유럽으로 남미를 떠나는 각국 국민이 엑서더스를 방불케 하고 있다. 정치적 불안 탓도 있지만 세계화에 대처하지 못한 경제적 붕괴에 따른 '살아남기' 탈출이다.브라질, 칠레를 제외한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멕시코 등 대부분 남미국가들은 희망을 잃고 뿔뿔이 떠나는 사람들 때문에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체제가 붕괴될 위기마저 직면해 있다. 남미 주재 미국 대사관에는 비자를 신청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불법 입국하려다 미국 해안에서 사고로 떼죽음을 당하는 사례도 급증하는 추세다.

에콰도르에서는 전 인구의 4%인 50만 명이 불과 지난 2년 사이에 나라를 등졌다. 미국으로 떠난 멕시코인은 1년 사이 3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페루의 미국비자 신청건수는 올해 50% 이상 급증했고, 콜롬비아는 올해 12만 명이 6개월 관광비자로 사실상 미국 유랑길에 올랐다.

20세기 초 세계 7대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스페인 등 유럽인들이 대거 이주해 왔던 아르헨티나는 할아버지, 아버지의 나라로 역이민을 떠나는 자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마약, 내전 등으로 탈출러시를 이뤘던 1980년 대와 다른 것은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 뿐 아니라 돈 많고 똑똑한 사람조차도 저마다의 이유로 조국을 등진다는 점이다. 이로 인한 고급 두뇌유출은 경제 악순환의 큰 요인이다.

로스앤젤레스로 떠나겠다는 아르헨티나의 한 19세 대학생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도 얻을 수 있는 일자리란 택시운전사가 고작이다" 며 "여기서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어머니도 이해하리라 믿는다" 고 말했다.

에콰도르인들이 최근 몰려든 스페인 남부의 경우, 이들이 올해 본국으로 송금하는 금액이 에콰도르의 석유수입 다음으로 많은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_데이드에는 '리틀 카라카스' 라는 베네수엘라인 집단거주지가 형성된 반면, 본국의 진짜 카라카스에는 집과 공장, 땅 등을 팔겠다는 광고전단이 거리를 뒤덮고 있다.

한가지 다행이라면 미 경제가 이들 난민을 흡수할 만큼의 여력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 정도. 그러나 최근의 경기 흐름상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아르헨티나의 사회경제학자 아르테미오 로페즈는 "세계화가 부른 이민물결의 충격이 얼마나 엄청난가를 미국은 조만간 실감할 것" 이라고 말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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