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4년 12월2일 프랑스 파리 교외의 샤랑통 정신병원에서 마르키 드 사드라는 늙은이가 죽었다. 향연 74세.생애 3분의 1 이상을 감옥에서 보내고 5분의 1 이상을 정신병원에서 보낸 이 사나이의 이름에서 사디즘이라는 말이 나왔다. 흔히 '가학성 음란증'이라고 번역되는 사디즘은 성적 대상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만족과 쾌감을 느끼는 심리 상태를 뜻한다.
귀족 출신의 사드는 프랑스 혁명기 전후의 일탈적인 삶을 통해서 열 권에 가까운 책을 썼는데, 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소돔 120일'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90년대 초에 번역ㆍ출간됐다가 이내 판금된 이 소설은 성애(性愛)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의 끝간 데를 보여준다.
'소돔 120일'은 흔히 성도착(性倒錯)이라고 알려진 탈규범적 성행위의 총목록이라고 할만하다. 사드의 작품들은 외설과 부도덕의 상징으로서 한 세기 동안 백안시되다가 19세기 말부터 새롭게 조명되었다.
사드의 새로운 해석자들은 그가 성본능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악(惡)의 문제를 그 뿌리까지 탐색했다고 평가했다. 시인 아폴리네르에 따르면 사드는 "이전에 존재했던 가장 자유로운 정신"이었다. 잔혹과 향락을 동일한 감각으로 본 보들레르도 사드의 후예라고 할 수 있다.
사디즘에 상대되는 말은 마조히즘이다. 마조히즘은 이성에게 육체적ㆍ정신적 학대를 받음으로써 성적 만족을 느끼는 심리 상태를 뜻한다.
이 말은 이런 경향의 주인공들을 자신의 작품 속에 등장시켰던 오스트리아의 소설가 레오폴트 리터 폰 자허 마조흐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흔히 사디즘과 마조히즘은 동전의 양면이다. 프로이트가 재치있게 정식화했듯 마조히즘이란 자기 자신을 향한 사디즘이다. 이 사도마조히즘은 역사의 원동력이자 파괴자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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