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8ㆍ15 1차 이산가족 방문단 상봉 때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성숙한 모습을 2차 상봉에서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상봉 첫날인 30일 평양 상공의 짙은 안개로 방문단 출발이 지연되는 바람에 서울 상봉까지 순연됐지만 양측은 이산가족의 열망을 십분 감안,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2시간의 단체상봉을 예정대로 진행했다.이번 행사를 통해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북측 태도가 상당히 유연해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남북은 병원에 몸져 누워있는 운보 김기창(金基昶ㆍ88) 화백과 북쪽 동생 기만(71)씨의 병원 상봉에 쉽게 합의했다. 1차 상봉에서 북측은 1차례의 병원상봉을 허용했지만 당시에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특별한 관심과 비공개 남북접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북측은 이번에도 1차 상봉 때와 같은 기준으로 방문단을 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영식(64) 김일성대 연구사, 황병렬(71) 공훈과학자 등 북측에서 '검증' 받은 인사들이 방문단의 다수를 차지했다. 또 북측 이산가족들이 훈장 상장 등을 자랑하고, 김일성(金日成) 주석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모습은 이번에도 비슷했다.
전반적으로 2차 상봉에서 남북의 이산가족은 8시간 이상 자리를 함께 하면서 이산의 한을 풀었으며 남북 700여명이 헤어졌던 가족ㆍ친지를 만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3박4일로 진행된 1차 상봉 당시의 710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1차 상봉 당시에는 남측 이산가족 2명이 만나고자 했던 북쪽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으나 이번에는 100명 전원이 상봉의 기쁨을 누렸다. 아울러 일정이 하루 단축되고 만남 위주로 프로그램이 진행돼 경비(남측 부담)가 1차 당시(18억7,000원만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한편 북측은 이번 행사를 통해 적십자회담 및 3차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시기에 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아쉬움을 남겼다. 박기륜(朴基崙) 한적 사무총장은 1일 "북측 방문단 일원으로 서울에 온 최승철 적십자회담 북측 단장에게 이달 13일로 예정된 3차 적십자회담 등에 관한 입장을 타진했으나 최 단장은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로 미뤄 남북장관급 회담 개최(12월 12~15일 예정)와 맞물려 진행되는 3차 적십자회담의 개최는 낙관할 수 없어 보인다. 3차 적십자회담이 미뤄질 경우 당분간 3차 상봉 시기도 점칠 수 없을 듯하다. 일부 관측통들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직전에 3차 상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