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시작됐다.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8.15 1차 이산가족교환방문 때의 상봉드라마가 어김없이 재연됐다.전쟁 통에 헤어진 60대 아들과 80대 노모와의 감격적인 재회, 21살의 꽃같은 아내 및 4살짜리 딸과 생이별해야 했던 남편의 안타까운 사연 등이 한결같이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그러나 감동의 드라마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8.15 때와는 사뭇 다르다. TV 앞에 모여 자기 일처럼 공감하며 손수건을 꺼냈던 국민들의 반응이 식어 있다.
이를 반영하듯 서울 프레스센터를 가득 채웠던 취재진의 규모도 이번에는 3분의 1 수준(700여명)으로 줄었다.
이처럼 분위기가 달라진 데는 어려워진 경제사정이 우선 작용했다. "경제가 IMF 때보다 더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고, 언제 직장에서 퇴출될 지 몰라 '내 코가 석자'인 판에 이산가족 문제는 남의 문제로 치부되기 쉽다.
여기에는 냄비 끓 듯 쉽게 달아오르고 이내 식어버리는 우리의 국민성도 일조를 했을 것이다. 8.15 상봉이 분단 50년만에 성사된 대 사건인 데 비해 이번 상봉이 두번째인 탓도 있을 것이다.
감동과 흥분도 반복되면 면역력이 생겨 밋밋해지고 일상화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어서 차분해진 분위기가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단 두 차례의 상봉만으로 50년 분단이 안겨준 한을 풀어낼 수 있을 만큼 우리사회가 성숙해 있을까. 10만명이 넘는 상봉신청 가족들이 아직도 혈육의 생사확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산상봉은 국민의 관심과 애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추진되기 힘들다. 경제가 어렵다고, 남의 일이라고 해서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고개를 돌려 버려서는 안된다.
박진용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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