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오." 30일 남측 상봉장소인 서울 센트럴시티호텔 밀레니엄홀에서 이루어진 열 여덟 새 신랑과 스무살 각시의 50년만의 재회는 그저 말없이 흐르는 눈물로 시작됐다."의용군 몇 달만 다녀올게"라며 길을 떠났던 김중현(68)씨와 남편을 기다리며 수절해 온 아내 유순이(70)씨는 두 손을 마주 잡은 후에야 반 백년 맺힌 한을 쓸어버리듯 오열하기 시작했다.
"여보, 이 아이가 당신이 떠날 때 뱃 속에 있던 아들이라우." 김씨는 자신을 부여안은 채 어깨만 들썩이는 영우(49)씨의 뺨을 어루만지다 "왜 임신했다고 말해주지 않았소. 재가했을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죄인이네, 죄인"이라면서 지난 세월 회한이 북받치는 듯 가슴을 쳤다.
영우씨는 "아버지, 아버지라고 너무 불러보고 싶었어요"라면서 주름진 김씨의 손을 붙잡은 채 놓을 줄을 몰랐다.
형수 유씨의 손에 자란 김씨의 동생 응현(55)씨는 "형님 제가 다섯살 때 헤어진 응현이예요. 기억나세요"라고 울부짖으며 "폭격에 죽었을 것이라며 재가를 권유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형수님은 10여년전 돌아가신 부모님을 봉양하면서 저까지 키워주셨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부모님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눈을 제대로 감지 못했다는 말에 바닥에 엎드려 다시 흐느꼈다.
눈물을 멈춘 노부부는 50년전 신혼 때의 애뜻한 모습으로 돌아간 듯 했다. 8월 1차 상봉때 최종명단에서 탈락했을 때의 아픔을 서로 위로하기도 했다.
꿈 같은 상봉시간을 마치고 일어서는 김씨의 두 손에는 유씨가 챙겨준 시계 2개와 내복 2벌이 들려있었다. "세월이 그런 걸 어떻게 하우. 북의 가족과 정답게 나눠 가지시라고 준비했어요."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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