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움직임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9일 저녁 귀국하자마자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을 불러 국내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국회 상황, 공기업 민영화와 노동계 동향 등 현안을 비롯해 "노벨평화상 시상식 참석을 재고하라"는 일부 주장도 보고됐다.
그리고 김 대통령은 30일 아침 한 실장과 청와대 수석들을 다시 불러 종합적인 보고를 또 받았다. 평소 30~40분 정도인 보고가 1시간 이상 계속됐다. 주말에는 민주당 최고위원들과 만찬회의를 갖는 등 공식ㆍ비공식 채널의 의견 수렴작업이 계속 된다.
김 대통령이 국정쇄신의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는 증좌들이다. 결론이 확정되지는 않은 듯하나 한 실장이 기자들에게 밝힌 대로 일단 '정기국회 후 당정개편 검토'로 줄기를 잡았음이 분명하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그대로 두고 넘어가지는 않겠지만 국회가 마감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급히 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 세워진 것이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언제, 어느 규모로 개편을 단행하느냐다. 우선 시기는 노벨상 시상식 참석이후가 될 수밖에 없으며 여론 수렴의 모양새를 취한다면 여야 영수회담까지 마치고 나서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시기는 20일 전후가 된다. 다만 당 개편이 먼저 이루어진다면 귀국 직후인 중순께가 타이밍이다.
또다른 포인트는 당 개편과 더불어 개각도 이루어지느냐다. 이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와 맞물려 있다.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면 경제부총리와 인적자원 개발부총리에 진 념(陳 稔) 재경부장관과 이돈희(李敦熙) 교육부장관이 임명되면서 극히 제한적인 개각이 필요하다. 정부조직법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굳이 연말 개각을 해서 얻을 실익이 없다. 8월 개각 이후 얼마 지나지도 않았고 4대 개혁을 한창 밀어붙여야 하는 시점에 내각을 뒤흔드는 게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당 개편에서는 서영훈(徐英勳) 대표의 거취가 최대 현안. 현재는 교체론이 우세하다. 쇄신과 리더십의 강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바빠진 민주당
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 4일 청와대 특보단 회의, 6일 청와대 주례보고 등이 확정되면서 당정 개편에 대한 민주당의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민주당은 당장 2일의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직 개편을 포함한 구체적인 당정 쇄신 방안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한다. 민주당 서영훈(徐英勳) 대표가 30일 "대표와 당 4역이 대통령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며 앞서 간 것도 이같은 조바심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바꿔야 한다'는 흐름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지만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그 시기와 폭 등에 대해서는 여러 갈래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의 청와대 회의 전까지 나름대로 정리된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서 대표가 밝힌 지도부 일괄 사퇴 방침에 대해서도 다른 최고위원들이나 당 4역은 "언제 그렇게 정했느냐"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30일의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논란은 계속됐다.
일부 최고위원은 "당정개편을 할 때 하더라도 떠밀려서 하는 방식은 곤란하다"면서 "항해 중에 선장을 바꿔서는 안되며 지금은 오히려 단합할 때"라는 논지를 폈다.
이에 맞서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 등은 "민심의 이반이 심각하다"면서 "당정에 대폭적인 인력 재배치가 이뤄져야 하고 당 인사가 내각에 진출, 집권 후반기 개혁을 다 잡아야 한다"는 적극론을 고수했다. 이같은 불협화음에도 불구, 당정개편의 시기가 '정기국회가 끝난 뒤 적정 시점'이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이러한 가운데 당내 소장파들은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김 대통령에게 당내 여론과 민심을 제대로 보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일종의 압박 작전이다. 청와대 최고위원회의를 필두로 한 일련의 청와대 모임에서 이들이 실제로 어떤 방안을 건의할지 주목된다.
고태성기자
■한광옥실장 일문일답
청와대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은 30일 '정기국회 후 당정개편 검토' 입장을 밝혔다. 한 실장이 이날 아침 김대중 대통령에게 정국 상황을 보고한 뒤 이례적으로 기자실을 찾았다는 점에서 이는 김 대통령의 의중으로 받아 들여졌다.
-청와대에 언로가 막혔다는 얘기가 있는 데.
"관행적으로 나오는 얘기 아닌가. 대통령이 국내사정을 잘 알고 있음을 오늘 보고에서 새삼 느꼈다. 국민의 고통과 눈물을 닦아주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
-당정개편론이 나오는 데 실행여부와 시기는.
"현재 중요한 것은 기업ㆍ금융구조조정에 온 힘을 쏟는 일이다. 또 지금은 국회에서 법안, 공적 자금 문제, 예산안 등을 잘 처리해야 한다. 정기국회 후에는 여러 사람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고칠 것이 있으면 고치고 개편할 것이 있으면 개편할 것이다."
-노벨상 시상식 참석 일정을 하루라도 단축하는 것은 어떤가.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재론하지 않겠다. 최단 시간, 최소 규모로 갔다 온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원래 대통령 생각이 그렇다."
-어제 국회운영위에서 현 상황을 위기라고 규정했는데.
"과대 포장된 측면이 있지만 위기로 표현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당 지도부가 일괄 사표를 내는가.
"신문에서만 봤지, 그런 얘기를 못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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