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는 흑인… 진정한 승자는 또 백인이제 흑인을 무시한 할리우드 영화란 없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아카데미는 올해 덴젤 워싱턴에게 남우주연상을 주지 않고, '아메리칸 뷰티'는 미국 중산층은 백인가정 뿐이라고 말하면서도 영화에 반드시 흑인을 등장시킨다.
'버디 무비'에 한 축을 맡아 정의를 행하게 한다. 수입(흥행)을 위해서 동양인이나 동양 식당을 무대로 등장시키기까지 하는 상황에서 큰 고객인 흑인을 위한 그 정도 쯤이야.
페이튼 리드 감독의 '브링 잇 온(Bring It On)' 은 그 배려가 지나칠 정도이다.
캘리포니아의 한 고교 치어걸과 스턴터(남자 치어리더)들의 이야기를 다룬, 분명 백인 중심의 이 영화는 놀라운 전복을 시도한다.
토랜스(커스틴 던스트)가 리더를 맡은 백인 주축의 토로팀이 전국대회 6연패를 달성하는데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나온 LA 이스튼 고교 클로버팀의 흑인학생들은 당당하다. 그리고 창의적이다. 아량도 있다.
토로팀이 지난해 자신들의 안무를 그대로 훔쳐 우승했지만 난리를 치지 않는다.
올해에도 출전비가 없어 전국 대회에 나가지 못할 형편을 알게 된 토랜스가 아버지를 졸라 돈을 얻어내 건네자 거절한다.
오히려 비굴한 쪽은 백인들이다. 안무를 도용한 선배는 뻔뻔스럽고, 단원들 역시 아무런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는다. 영화는 우여곡절 끝에 토로팀이 독창적인 안무를 개발해 전국대회에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러나 마지막에서 영화는 당연한 감동과 수순을 버리고 TV 토크쇼 출연을 통해 출전비를 마련한 클로버 팀에게 손을 들어준다.
기뻐 어쩔 줄 모르는 그들을 진정으로 축하해 주는 토랜스. 흐뭇한 광경임에 분명하지만 뭔가 개운치 않다. 모든 것이 '동정' 이란, 백인들의 떳떳하고 당당한 모습을 위한 것이란 느낌이 든다.
흑인학교는 가난하다는 설정, 최고가 안 나오면 우승에 의미가 없다며 그들의 출전을 도우려는 토랜스, 그리고 우리는 최선을 다했기에 2등에 만족한다는 태도가 그렇다. 결국 최후의 승자는, 강자는 백인인 셈이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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