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휘준 지음, 시공사 발행안휘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한국미술사 연구의 권위자 중 한 명이다. 그가 올해 회갑을 맞아 그동안 여러 매체에 발표했던 짧은 글 60편을 골라 책으로 묶었다.
전통미술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고 문화정책에 대한 의견을 밝힌 글들이다. 일반인과 정책 입안자들을 대상으로 쓴 것이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450여 쪽의 이 두툼한 책은 1부 미술편과 2부 문화편으로 되어있고 컬러와 흑백 76장의 도판이 실려있다. 미술편에서는 신석기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의 미술사, 미술문화재에 관한 이슈와 현안, 미술사연구의 기본적인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미술사학자의 사회적 발언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편에서는 우리 문화의 발전 방향에 대해 피력하고 있다. 문화정책을 비롯해 문화재 해외전시의 문제점, 국립박물관과 대학 박물관의 역할과 발전 방향, 정책 입안자들에게 바라는 점 등을 담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조선총독부 건물의 철거 시비나 가짜 고미술품을 둘러싼 말썽, 국립박물관의 지방 이관과 민간 위탁에 관한 논란 등 시사성이 강한 글도 포함돼 있다.
문화 발전에 관한 지은이의 제안은 귀담아 들을 게 많다. 이를테면 '문화 발전의 기초를 다지자'는 글에서 그는 문화자료관의 설립을 촉구한다. 문화나 문화재에 관한 모든 출판물과 사진, 슬라이드, 비디오 테이프, 음반 등의 각종 시청각 자료를 한 자리에 모아 누구나 보고 연구하고 자료를 얻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통일에 대비해 구체적인 문화정책을 세우자, 문화의 올바른 국제교류를 촉진하자, 국립중앙박물관의 위상을 승격하자는 등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전통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전통문화가 없으면 국제 사회에서 독자성을 잃고 가야 할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돛을 잃은 배처럼 헤매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빠뜨리지 않는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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