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후원금을 보내지 못하겠어요.." 서울 강서구 화곡동 K고아원 시설장 A(39)씨는 30일 2년동안 매월 50만원의 후원금을 보내주던 한 중소기업체로부터 전화를 받고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이런 전화가 벌써 5통 가량 걸려왔다"며 "겨울을 어떻게 나야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경기 침체로 불우이웃들이 더욱 추운 겨울을 날 위기에 처했다.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이 본격 시작되기도 전에 고아원, 보육원, 노인의 집 등 사회복지시설에는 '반갑지 않은 전화'가 속속 걸려와 '모금 불황'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국내 최대 규모의 이웃돕기 모금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동모금회는 1일부터 내년 1월말까지 2개월간 중앙회 및 16개 시도지회에서 '희망 2001 이웃돕기 캠페인' 제목으로 모금 활동을 편다.
공동모금회의 올해(2000년 12월1일~2001년 9월30일) 모금 목표액은 총 563억원. 전년도 같은 기간 510억원에 비해 10%가량 늘어난 액수다. 특히 2개월 동안의 집중모금 기간에 전체 목표액의 76%인 427억원(작년 대비 25% 증가)을 거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각 사회복지시설에 부는 찬바람 만큼 이웃돕기 성금 모금에도 한파가 불어닥칠 것으로 보여 모금회측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모금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징후들은 이미 나타났다.
금년 10월 한달간 접수된 성금은 3억5,228만6,000원(중앙모금 기준)으로 전년 같은기간의 75% 수준. 11월에는 더욱 떨어져 27일 현재 전년 동기대비 43%에 불과한 2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박경수 공동모금회 배분팀장은 "통상 12월과 이듬해 1월에 성금이 몰리지만 10~11월 모금상황을 볼 때 목표액을 채우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성금 모금이 부진할 경우 각종 불우이웃 지원사업에도 막대한 차질이 우려된다. 결식아동 지원 등 사회복지기관 및 단체를 돕는 신청사업은 물론 그룹홈 및 쉼터 지원 등 기획사업, 노숙자 및 쪽방 거주자 등 소외계층의 손과 발이 되는 긴급지원 사업 등을 대폭 축소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모금회측은 '성금 제안서'까지 만들어 작년에 기부금을 냈던 기업체를 중심으로 모금 활동을 벌이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아름다운 재단', '이웃사랑회' 등 이웃돕기 단체도 기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아름다운 재단 관계자는 "기업체나 개인이 IMF때를 떠올려 기부 자체를 꺼리는 것 같다"며 "불황일수록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 불우이웃돕기, 이렇게
신문사 방송사 은행 등을 찾으면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낼 수 있다. 일반전화나 휴대폰을 이용, ARS 700-1212에 걸면 통화당 2,000원의 성금이 자동 적립된다.
사랑의 계좌(외환은행 068-13-21083-3, 예금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이용해도 된다. 23일부터 내년 1월6일까지는 전국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도 모금활동이 벌어진다.
1999년 10월 4억6,854만원, 11월 5억1,354만원, 12월~2000년 1월 341억원
2000년 10월 3억5,228만원, 11월 2억2,070만원, 12월~2001년 1월 ?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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