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도 어느덧 마지막 장이다. 새 밀레니엄이라며 떠들썩하게 시작됐던 2000년이 저문다. 시작이 번잡스러웠더라도 정리는 차분해야 하지 않을까. 저녁 노을의 붉은 기운 속에 마음과 몸을 맡겨보자.한국관광공사가 노을이 아름다운 9곳을 추천했다. 바닷가, 호숫가, 강변, 그리고 산 위에서 저무는 한 해의 석양을 바라보며 미래는 더 나은 날이기를 꿈꾸어 본다.
▲ 강화 동막해변(인천 강화군 화도면 동막리)
'역사 박물관' 강화도의 서남쪽 해안. 마니산 줄기가 남쪽으로 뻗으면서 바다와 만나는 곳이다. 썰물 때는 무려 1,800만여 평의 갯벌이 모습을 드러낸다.
뻗어나간 갯벌은 직선 거리로 4㎞나 된다. 세계 4대 갯벌의 하나로 7월 천연기념물 제 419호로 지정됐다. 겨울에는 장봉도 너머로 해가 진다. 드넓은 갯벌이 온통 빨갛게 물든다. 해발 469㎙의 마니산, 고색이 창연한 전등사 등을 함께 돌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서울에서 가깝다는 것이 장점이다. 강화군청 관광진흥과 (032)933-8011
▲ 학암포, 구례포 해변(충남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서해대교의 개통으로 한결 가까워진 곳. 태안군의 북서쪽 끄트머리에 두 해변이 나란히 붙어있다. 겨울에도 사람들이 자주 찾는데 특히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높다.
인근의 안도, 연도, 거북섬 등이 놀래미와 우럭낚시로 유명하다. 학암포의 해변은 약 2㎞. 물이 빠지면 백사장과 작은 섬 소분점도가 갯벌로 연결된다. 해는 소분점도 뒤로 넘어간다. 구례포는 드라마 '용의 눈물'을 촬영했던 곳. 겨울 분위기를 내기 위해 엄청난 양의 소금을 뿌렸다고 한다. 학암포보다 인적이 드물어 한적한 겨울바다 여행에 제격이다. 태안군청 문화관광과(041)670-2544
각산 봉수대와 사천 해안도로(경남 사천시 대방동, 실안동)
사천공항에서 삼천포 방면으로 가다 보면 대방동과 실안동을 잇는 해안도로가 나타난다. 사천 시민은 물론 인근 지역의 연인들이 자주 찾는 일몰 명소. 도로변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서쪽을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저도, 마도, 둥근섬, 늑도 등 다도해의 오밀조밀한 스카이라인을 물들이면서 해가 넘어간다. 사천시 삼천포항 북쪽의 각산(398㎙)은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으로 정상에 고려시대에 세워진 봉수대가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모습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노을이 지면 바다는 붉은 색으로, 섬들은 검은 실루엣으로 반짝인다. 사천시청 교통관광과 (055)852-0105
▲ 보길도 뽀족산과 보옥리 해변(전남 완도군 보길면)
작은 섬 보길도는 윤선도의 유적지로 완도군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명소. 서쪽 해안과 남쪽 곶부리가 노을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바다에는 상도, 미역섬, 욕매도, 갈도라는 이름을 가진 섬 4개가 나란히 떠있다. 해안도로의 끝에는 체구는 작지만 기상이 날카로운 뾰족산(195㎙)이 우뚝 서있고 그 아래 그림 같은 마을 보옥리가 들어있다.
낮은 산이지만 벅찬 숨을 내 쉬며 올라야 한다. 보길도의 진산 격자봉의 모습과 다도해의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온다. 보길면사무소 총무계 (061)550-5651
▲ 수월봉과 차귀해안(제주 북제주군 한경면)
제주의 제1 일몰명소는 서쪽 끄트머리의 작은 언덕인 수월봉이다. 수월봉 전망대에 오르면 검푸른 바다와 온통 시커먼 바위섬이 시야에 들어온다.
검은 바위는 차귀도. 정상 부위에만 초지가 있고 나머지는 몽땅 바위이다. 사람이 절대 살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데 예전에는 유인도였다.
제주도 북서쪽 애월에서 차귀해안에 이르는 해안도로도 낙조를 감상하기에 좋다. 검은 바위가 바닷가에 빙 둘러쳐져 있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저녁에 낙조를 보고 아침에 성산 일출봉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면 뜻 깊은 여행이 될 듯하다. 북제주군청 문화공보실 (064)741-0580
▲태기산과 양구두미재(강원 횡성군 둔내면, 평창군 봉평면)
서울에서 주문진을 잇는 6번 국도는 강원 횡성군과 평창군의 경계 구간에서 가장 험해진다. 해발 1,261㎙의 태기산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한없이 뒤틀며 오르던 길은 태기산의 남쪽 어깨 양구두미재(900㎙)에서 하늘을 맞는다. 정상에는 한국통신 중계탑이 설치돼 있다. 시선을 되돌려 올라온 길을 보면 아득히 강원도 산촌의 모습이 눈에 든다. 산마을에 걸린 붉은 낙조는 평화 그 자체이다.
해질 무렵 동해로 향한다면 영동고속도로 둔내 나들목에서 나와 양구두미재의 일몰을 보고 다시 봉평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하면 된다. (횡성군청 문화체육과 (033)330-3544
▲ 계명산 휴양림과 충주호반(충북 충주시 종면동)
잘 자란 낙엽송과 소나무로 유명한 계명산 휴양림은 충주호의 맑은 물빛과 어울려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곳.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제 낙엽송이 노랗게 물든 바늘잎을 털어내고 있다. 휴양림을 중심으로 한 충주호의 호반도로는 노을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곳. '산 속의 바다'로 불리는 충주호의 잔잔한 물결이 붉은 색으로 갈아입는다.
충주호의 모든 나루터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에서도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계명산 자연휴양림 (043)842-9383
▲ 웅포 금강변(전북 익산시 웅포면)
금강은 충청도와 전라도를 가르며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동쪽은 충남 부여와 서천, 서쪽은 익산이다. 익산쪽에 한적한 드라이브코스가 있다.
길은 군산시 나포면까지 이어진다. 강변도로의 중간에 덕양정이라는 아담한 정자가 있다. 이 곳이 노을 감상 포인트이다. 12월에는 군산 앞바다로 흘러가는 금강 물줄기를 따라 해가 진다.
무성한 갈대와 오리떼가 장엄한 풍광에 조연으로 참가한다. 덕양정에서 가까운 숭림사도 들러볼 만한 곳이다. 웅포면사무소 (063)862-6119
▲ 보현산 천문대(경북 영천시 화북면 정각리)
보현산(1,124㎙)은 영천의 진산이다. 소백산 천문대, 대덕전파천문대와 함께 한국 3대 천문관측소의 하나인 보현산 천문대가 정상에 있다.
천문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각종 별자리 사진을 감상하고 관련 서적이나 간단한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천문대까지 승용차가 오르고 별다른 허가 절차 없이 천문대를 탐방할 수 있다.
날이 좋으면 동쪽 멀리 포항 앞바다가 보이고 대구 팔공산을 비롯해 영남의 고집 센 산줄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글 권오현기자
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