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얼마나 기다렸는 데 이제야 오셨습니까"유복자로 태어난 생면부지의 아들은 아버지를 부둥켜 안았고, 아들의 존재조차 몰랐던 아버지는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현서욱(玄舒彧·81· 부산시 남구 대연동)씨는 반세기만에 만난 유복자 중만(50)씨를 처음 만났다.
여동생 순애(61)씨만이 살아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평양에 갔지만 기대하지도 않았던 아들을 만나게 된 것. 현씨는 아들의 손을 붙잡고 "살아있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외동아들이라는 이유로 아버님이 권했던 남행(南行). 함경도 흥남 출신의 현씨는 1951년 11월 임신 8개월된 부인 지순호씨를 고향에 두고 홀로 배를 탔다.
석달이면 돌아올 것으로 생각했던 피난길이 반백년이 됐다. 남에서 외롭게 살다 고독을 참지 못해 15세 연하인 우덕봉(65)씨를 만나 새로 가정을 꾸렸지만 북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은 깊어만 갔다.
"그동안 간암으로 고생했지만 여동생과 유복자가 살아있다는 소식이 나를 병상에서 일으켰다"는 현씨는 "너를 만나기 위해 이렇게 끈질기게 살았다"며 아들의 손을 꼭 잡았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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