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국정 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정치권 일부에서 제기, 논란이 일고 있다.결론적으로 말해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 김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대통령이 잠시 나라 밖으로 외유를 떠난다고 해서 국정의 위기가 심화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며, 더구나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내정을 이유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제적 상식에 걸맞지 않는 일이다.
이런 식의 문제 제기는 그야말로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오죽하면 시상식 참석을 위한 대통령의 외유에 문제를 제기하고, 논란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는가 하는 점에서는 절로 개탄이 나온다.
시상식 참여에 관한 논점은 두가지로 상반된다. 하나는 청와대측이 강조한대로, 김 대통령의 시상식 참석은 국가 신인도와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므로 마땅히 참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정작 김 대통령이 국내 사정을 이유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한국의 이미지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은 자명하다. 특단의 이유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 수상자가 참석하지 않았다는 얘기는 들어 본바 없다.
다른 하나는, 국가적 위기를 맞고 있는 시점에 대통령이 자주 외국 출장 길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가급적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의 잦은 외유는 내치에 소홀한 것으로 비쳐져 위기극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최근 대통령의 외유가 잇따라 겹친데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국내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에도 정부 여당이 뭐 하나 뚜렷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정부와 여당이 나라의 위기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당은 당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일손을 놓고 있는 것처럼 비쳐진 것은 또한 사실이다.
대통령의 노벨상 시상식 참석을 놓고 논란을 벌이게 한 것은 결국은 정부 여당의 책임이 크다고 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관계 당국은 대통령의 노벨상 시상식 참석을 위한 외유일정도 '최소의 시간에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범위'에서 일정을 짜야 하리라고 본다.
얼마전 서울 아셈 회의때 영국의 토니 불레어 총리 등 몇몇 정상들이 국내 사정을 이유로 체류 일정을 단축했으나, 결코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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