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사이에 유명한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아들의 손에 이끌려 갔는데, 무려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종업원의 말을 듣고 난감했다.그냥 돌아오고 싶었지만, 기다려도 좋으니 꼭 먹어야 한다는 아들 때문에 우린 그야말로 값비싼 시간 대가를 치르며 저녁식사를 했다.
된장 찌개 생각이 간절해지면서, 속으로는 '1시간이나 기다려서 이걸 먹어야 하나' 하는 불만이 생겼지만 촌스럽다는 소릴 들을까봐 그냥 참았다.
새로운 분위기와 음식에 취해 즐거워하는 아들의 모습에 할 말을 잃기도 했다. 옛날 우리 부모님도 밥 대신 군것질을 즐겨하던 나를 보며 아마도 이런 기분이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 때의 군것질과 요즘 아이들의 '먹거리'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고작 풀빵이나 라면 정도였던 옛날과 비교하면, 요즘의 패스트푸드점은 아이들 때문에 성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맛있는 음식, 특이한 인테리어,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진 음식점들은 '카드 문화'와도 통한다. 많은 아이들이 지갑에 카드 몇 장을 가지고 다닌다.
아이스크림, 피자집 등 각종 요식업체에서 카드 회원권을 부여하며 할인을 하고 포인트 점수를 적립해 보너스를 지급한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 이 제도는 아이들에게 일석이조의 효과를 느끼게 하면서 또한 동지의식도 심어주는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벌써부터 카드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걱정스럽다. 그렇다고 아이들 사이에서 당연한 일로 여겨지는 것들을 하지 말라고 한다면 그 반응은 어떨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요즘 아이들은 아주 빠른 속도로 어른들의 문화를 흡수하고 있다. 느림의 미학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나이가 되고 보니, 급성장하는 게 최선의 길인 줄 알고 서둘러 무언가를 해보고자 하는 아이들의 성급함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한편으로는 안주해 있는 우리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 동갑내기 젊은이 네 명이 우리 떡 개발에 열중한다는 기사를 보고 반가웠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던가? 어릴 때 빵만 좋아하던 내가 이젠 구수한 된장냄새에 더 익숙해지듯,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는 우리의 입맛에 더 익숙해지고 우리 것에 더 친근해질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큰 걱정은 없다.
/이정구ㆍ부산 예치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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