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단 출발전날 표정남북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을 하루 앞둔 29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호텔에 모인 남측방북단 100명은 "꿈에 그리던 혈육을 만난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며 평양으로의 출발을 기다렸다.
방북단은 예정시간보다 2시간이나 이른 오전 11시부터 로비에 모여 홍역 예방 접종에 이어 오후에는 방북교육을 받고 저녁식사를 마친 뒤 객실(2인1실)로 올라갔으나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가족과 고향 이야기로 밤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러나 1, 2차 방북신청에서 모두 탈락한 김봉선(金奉善ㆍ73ㆍ여ㆍ서울 광진구 구의3동)씨는 방북단에 포함된 같은 평남 대동출신 김항렬(金恒烈ㆍ71)씨가 묵고있는 호텔 1408호로 찾아와 북에 있는 언니 등의 사진을 전해주며 눈물을 흘려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김씨는 "나이대로 선정한다고 해놓고 두살 어린 고향후배가 가게 됐다"며 "친정없는 설움을 달래려 이번에는 꼭 북에 가기를 원했었다"고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6ㆍ25 때 서울로 피란왔다 한강 인도교 폭파때 헤어진 부인 이덕실(78)씨와 남매를 만나러 가는 명용덕(明用德ㆍ84)씨는 "아내가 가장 보고 싶다"며 "만나자마자 꼭 안아주겠다"고 들뜨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명씨는 "나도 1차 방북 때 탈락해 서운한 심정을 아는 만큼 다른 이산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아내와 아들을 상봉할 예정인 오병철(吳炳哲ㆍ80)씨는 "애인을 만나러 간다"며 조크한 뒤 "북의 아내에게 아이를 잘 키워줘 고맙다는 말을 가장 먼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씨는 "50년 동안 헤어졌던 가족 때문에 잠을 못자고 뒤척였다"면서 "우리 할멈이 북쪽 아내를 만난다는데도 질투 한 번 안하고 선물까지 준비해줘 정말 고맙다"고 기뻐했다.
○.적십자사측은 방북단의 출신과 나이, 성별 등에 따라 2명이 한방을 쓰도록 했고 최고고령자인 유두희(100)씨와 안진삼(92)씨는 가족들이 함께 머물 수 있도록 혼자 방을 쓰도록 배려했다. 방북단은 오후4시 호텔 5층 예식장에 모여 1차 상봉장면을 VTR로 시청하는 등 방북교육을 받았다.
/장래준기자 rajun@hk.co.kr /강 훈기자 hoony@hk.co.kr /김세정기자 sej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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