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는 여론에 달려있다."미 대선이 이전투구의 장기전을 거듭하면서 민주ㆍ공화 양당은 여론의 향배가 승부를 가름할 것으로 보고 법정소송 못지않게 여론잡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두 후보 진영은 선거전문가들의 자문에 따라 치밀한 여론 공략책을 세우고 후보 자신들이 직접 국민을 설득하는 한편 호감도가 높은 거물급 인사를 내세워 지원공세를 펴는 양면전략을 구사중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여론전의 양상은 판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측은 플로리다주 재검표 결과 인증을 계기로 '승세굳히기' 전략을 펴는 반면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측은 '전국지지율 우세'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한 개표'로 승리를 빼앗겼다는 동정론을 내세우고 있다.
28일 NBC 방송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어 후보가 패배를 승복해야 한다는 의견과 승복해서는 안된다는 견해가 똑같이 49%를 기록했다. 이 여론조사는 고어 후보가 TV 연설을 통해 국민의 인내심을 직접 호소한 후인 27일 밤 성인 49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NBC 조사는 그러나 부시 후보를 당선자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61%인 반면 반대가 28%이며,부시 후보의 승리 선언에 이은 정권 인수 작업 착수에는 44%만 동조하고 51%는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국민의 정서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고 있음을 반영했다.
이처럼 찬반여론이 팽팽하자 부시측은 언론감각이 탁월한 밥 돌 전 상원의원과 마크 라시콧 몬태나 주지사, 조지 파타키 뉴욕 주지사 등을 플로리다에 급파, 연일 주요 TV화면에 등장시키고 있다. 고어측도 리처드 게파트 하원 원내총무와 톰 대슐 상원의원(사우스 다코다주) 등을 현장에 급파하고 여성 상원의원들도 대거 TV에 내세웠다.
한편 두 후보측은 28일 연방대법원에 각각 변호인단을 통해 소송 논지를 제출하고 논전을 벌였다. 부시 후보는 이날 대법원에 제출한 50쪽짜리 소송 개요서를 통해 대법원이 대통령 선거를 '법률적이고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며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결정을 번복시킬 것을 촉구했다. 고어 후보측은 "부시 후보측의 주장하는 근거가 빈약하다"며 "주 대법원의 결정이 확정돼야 한다"며 맞섰다.
연방대법원은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최종 개표 결과에 포함시키도록 한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결정에 대한 파기소송의 첫 심리를 12월 1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개최할 예정이다.
또 플로리다주 리온 카운티 순회법원의 샌더스 사울스 판사는 28일 천공자국이 불분명해 무효처리된 마이애미-데이드와 팜 비치 카운티의 문제 투표용지와 투표기계 견본을 내달 1일 오후 5시까지 경찰의 호송아래 법원으로 보내라고 명령했다.사울스 판사는 12월 2일 오전 9시 이 투표용지들을 수작업으로 재검표할 것인지 여부를 심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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