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9일 6박7일간의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김 대통령이 외교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국내에서는 국정이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고 여권이 특단의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민주당 등 여권 내부에서도 "이대로는 안된다"며 당정 개편을 포함,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공공부문 개혁의 상징적 대상인 한국전력의 노조는 30일부터 파업을 예고했다. 김 대통령의 귀국 후 구상에 이목이 집중 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쪽에선 "위기든 어려움이든 본질을 냉철하게 인식하되 대응은 차분하고 절도 있게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충격요법'의 가능성이 적다는 얘기다.
■당정 쇄신론
서영훈(徐英勳)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도 김 대통령에게 당정 쇄신책을 건의하기 위해 여론 수렴에 들어갔고 청와대에서도 이 같은 작업을 상당기간 진행시켜 왔다. 청와대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이 29일 국회 운영위 답변에서 "비서실에서 (모든 현안을) 현실적으로 검토해 보고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대통령은 일단 이 같은 건의와 보고를 모두 들은 뒤 당정 쇄신의 방향과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그러나 당정 쇄신의 요체는 인물의 교체에도 있지만 시스템의 정비가 더 중요하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당직 개편과 관련해서도 대표 등 특정 포스트의 교체보다는 여당 전체의 무기력증, 동교동계 내부 등 당내 갈등 구조, 차기 주자들의 지나친 몸조심, 실천보다 말을 앞세우는 분위기 등을 더 문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여권 전체의 활력을 되찾는 방안이 먼저 결정되고 인물의 교체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개각과 청와대 비서진의 개편도 동일한 범주에 포함된다. 다만 잦은 교체에 따른 부담이 변수이다.
■여야 관계 재정립
여권은 무조건 등원 결정을 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문제 해결방식을 내심 환영하고 있다. 이 총재가 자신의 대권 가도를 의식한 탓도 있겠지만 공적자금 추가 동의문제, 한전 민영화 문제 등에서 중심을 잡아준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김 대통령으로서는 야당의 국정 동반자로서의 역할이 유지되도록 대화 기반을 더 다잡아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청와대쪽에서 조기 여야 영수회담에 긍정적 신호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야당의 움직임이 충분히 예측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김 대통령이 대야 관계에서 특단의 조치를 내놓을 지 여부는 예단키 어렵다. 자민련과는 공조관계의 복원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한나라당과도 '국정 책임'을 분담하기 위한 지속적인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ㆍ경제적 현안
4대부문 개혁 작업에 더욱 박차가 가해지면서 실업 및 노사 문제 등 이를 둘러싼 사회ㆍ경제적 불안 요인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때일수록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쪽의 일관된 생각이다.
여권은 한나라당이 한전 민영화에 반대하지 않기로 선회한 것도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인식을 함께 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외의 진단을 보더라도 개혁의 큰 방향이 옳다는 데는 확신을 갖고 있다. 다만 "그 속도가 다소 더디고 추진력에 문제가 있으며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사정(국가기강 확립)
금융비리가 잇달아 터지고 공직자의 연루 의혹이 거듭 제기되면서 개혁에 공감하는 국민들 사이에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김 대통령의 전면적 사정 지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안점이 있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위기 돌파용으로 사정을 이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엄연히 존재하며 이는 정부에게 부담이다.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면서 국가 기강을 확립해 야 하는 것이 김 대통령의 고민이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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