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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답합니다/미국·프랑스 대입제도 어떻게 운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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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답합니다/미국·프랑스 대입제도 어떻게 운영하나

입력
2000.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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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치러진 대입수능시험이 너무 쉬워 변별력이 없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미국이나 프랑스에서도 이런 일이 있는 지, 선진국의 대입제도를 알고 싶습니다.

이은경ㆍ경남 창원시 소답동

☞ 미국의 대입제도 SATⅠ, SATⅡ가 있습니다. 미국의 대입시험은 민간 비영리단체인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s) 산하의 컬리지보드(www.collegeboard.org)가 주관합니다.

공통과목인 SATⅠ은 언어(800점) 수학(800점)영역으로 만점은 1,600점이며 7개 섹션을 3시간 동안 봅니다. SATⅡ(과목당 800점)는 작문, 문학, 미국사, 세계사, 수학 ⅠㆍⅡ, 생물, 화학, 물리, 외국어(한국어 포함)등인데 지망 대학에서 요구하는 과목만 치면 됩니다.

1년에 7~9차례 칠 수 있으며 한 문제도 못풀어도 기본 200점을 주기 때문에 0점자는 없습니다. 고1부터 이 시험을 칠 수 있어서 지난해 SAT를 치른 학생 135만여명중 872명이 고1학생이었습니다.

점수는 거의 일정해서 컬리지보드 리포트에 따르면 1967년이후 33년간 평균점수가 언어는 500~540점대, 수학은 490~510점대를 넘지 않습니다. 난이도가 일정하다는 증거이지요.

각 영역당 750~800점대가 2%입니다. 지난해 8명의 학생이 SAT에 응했던 대원외고의 이경만 교사는 "수학은 평이하나 언어는 셰익스피어 등 고전이 많이 나와 네이티브 스피커도 만점받기는 어렵다"며 "지난해 시험을 치른 우리 학생의 평균은 1,400점대"라고 말했습니다.

SATⅠ 만점을 받은 학생은 각 지역 신문에서 대서특필될 정도로 적습니다. 하버드 예일 등 아이비리그 지망 가능점수가 1,350점대이지만 SAT 점수는 전체 입학 점수의 44%가량 반영되고 고교성적, 면접, 학교장 추천장, 자기소개서 등 다양한 자료가 활용됩니다.

물론 대학별로 본고사를 따로 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SAT 만점을 받아도 불합격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샘플 문제는 컬리지보드 홈페이지나 한미교육위원단(02-3275-4011)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대입제도 고3의 대학입학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는 각 지방교육청이 주관합니다.

14~77세까지 응시가능하며 시험기간은 닷새로 일년에 두 차례 치릅니다. 바칼로레아는 일반, 기술계열로 나누어 12개 종류가 있는데 고1때 선택한 전공에 따라 시험을 달리 봅니다.

전국 공통으로 매년 6월 고3때 치러지는 과목은 프랑스어, 역사ㆍ지리, 물리, 화학, 수학, 영어, 경제, 철학 등이며 26개 학군별로 실시되는 구두, 실기시험은 별도 일정이 있지요. 이중 프랑스어, 역사ㆍ지리는 다른 과목보다 1년 앞서 치릅니다. 고3때 철학과목을 배우기 위해서지요.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달리 주거지에 따라 진학할 대학이 결정되는데 파리의 대학에 입학하려면 파리지역의 고교 졸업자여야 합니다.

예외적으로 지방 학생 중 성적 우수자도 가능합니다. 고교성적, 바칼로레아 등을 합산해 대학에 지원하며 대학별 본고사는 없습니다. 60만여명에 달하는 수험생의 대학 합격률은 70%입니다.

대입자격시험으로 철학을 채택하고 있는 곳은 세계에서 프랑스가 유일하고 점수는 20점이 만점으로 배점이 프랑스어와 같을 정도로 비중이 높습니다.

플라톤 데카르트 칸트 헤겔 니체 프로이트 등 철학자의 사상과 사조에 관한 견해를 묻는 문제가 주관식으로 출제되며 대학 철학과의 전공 시험을 뺨칠 정도로 어렵다고 합니다.

3개 논제 중에서 하나를 골라 4시간 동안 작성합니다. 지난해에는 문호 빅토르 위고의 '명상록(1856)'에서 시간의 소중함을 역설한 대목을 인용한 뒤 단답식 4문제(배점10점)와 자연스럽고 억제하지 않는 교육의 중요성을 논하는 주관식 논술문제(배점10점)가 출제됐습니다.

과거 출제된 주제로는 '인류가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기술의 진보는 인간을 행복하게 했는가' '망각이란 무엇인가'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될 수 있는가' '민주주의는 과연 가장 좋은 체제인가'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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