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비 미국인(Overspent American)'은 하버드 대학의 줄리엣 쇼어 교수가 미국인들의 소비패턴을 심층적으로 취재하고 분석한 책이다.그는 미국인들의 과소비 행위 속에 숨겨져 있는 어리석음을 생생하게 전한다. 이웃집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기보다 소득이 5,6 배 높은 고소득층이나 텔레비전 스타들에 소비의 눈높이를 맞춘다.그는 이런 소비패턴의 변화를 '뉴 컨슈머리즘'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쇼어 교수는 이런 미국의 소비패턴과 반대로 흐르는 새로운 소비절약 운동을 소개하고 있다.
즉 쇼핑하기 위해 죽어라고 일을 하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삶과 소비에 대해 새로운 인생관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미국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단순한 소비절약이 아니라 소비의 거품을 걷어내고 소득자체를 줄이며 쇼핑의 노예신분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는 생활을 지향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새로운 삶의 보람을 크게 느끼고 있는 점이다.
(욕망의 문화에서 탈출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 하나로 쇼어 교수는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Buying Nothing Day)'에 참여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바로 지난 일요일 녹색연합이 주도로 서울 명동에서 벌어진 캠페인과 같은 운동이다. 92년 테드 데이브라는 광고맨에 의해 시작된 이운동이 한국에서도 작년에 이어 두 번째였다고 한다.
(우리의 소비수준을 미국에 견줄 바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분수를 뛰어넘는 과소비가 광범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집안을 뒤져보면 그냥 세일한다고 샀지만 사실은 필요 없는 물건들이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진 채 벽장이나 장롱에 버려져 있을 것이다.
과소비가 환경에 주는 충격도 크지만, 우리 정신이 욕망의 문화 속에서 황폐되어 가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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