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정부가 다시 제출한 전력산업구조개편법안의 국회심의가 눈앞에 다가왔다. 이제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노사간의 대립과 사회적 논란을 종결짓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할 때이다.우리 경제가 처한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 법안은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며 이것이 국민 다수의 뜻임을 확신한다.
한순간이라도 국민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전력의 공급을 담보로 집단 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은 이제까지 한전의 독점체제를 단계적으로 경쟁체제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경쟁은 더욱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전력의 공급을 가능케 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후생과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증진하는 바탕이 될 것이다.
선진국은 물론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의 경쟁국들까지도 이미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단행한 바 있으며 그 효과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과 호주처럼 구조개편을 통해 전기요금의 8∼18% 하락한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그동안 한전이 공기업으로서 우리의 급속한 경제발전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온 것은 국내외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전력산업은 이제 한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한계에 와 있으며 정부의 독점체제를 고수할 경우 경제전반에 막대한 부담을 안겨 주게 될 것이다.
우선 한전의 재무구조가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지난해 말 한전의 부채규모는 약 34조원, 이자지급 비용은 2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들 부채중 96억불은 해외차입금으로서 매년 6억불 이상의 이자비용을 해외에 지불하고 있다. 더욱이 전력수요에 대응하여 계속 발전능력을 확충해 나감에 따라 해외차입 규모는 급증하게 되고 6∼7년 이후에는 적자기업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공기업인 한전이 지게 될 더 큰 채무부담은 곧 정부의 빚이요, 국민 모두의 책임이 되기 때문에 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것이다.
사회 일각에는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따른 국부유출을 염려하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한전은 이미 뉴욕증시에 상장되어 있으며 전체지분의 27%를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는 국제적 기업이다. 더욱이 발전소 건설을 해외차입금에 의존하고 있고 이에 따른 이자부담도 해마다 늘고 있다.
외국기업이 직접 우리 전력산업에 참여하는 것은 투자의 방법이 바뀌는 것뿐이며 오히려 전력산업 뿐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에 많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한전노조와 노동계가 가장 염려하는 고용불안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한전직원 들의 고용승계는 법으로 보장해 놓고 있다. 설사 새로운 기업이 전력사업에 들어온다 해도 발전설비가 지속적으로 확충되어 나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력분야의 숙련된 인력에 대한 수요는 계속 확대될 것이다.
우리 경제는 지금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산통(産痛)을 겪고 있다. 이 고통을 피하고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없듯이 우리가 개혁을 피해 갈 다른 대안은 없다. 공공부문의 독점과 비효율을 그대로 둔 채 부실기업의 퇴출을 요구할 수도 없다.
더욱이 전력은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생산요소의 하나이다. 이런 차원에서 전력산업구조개편은 우리가 추진하는 개혁의 성공과 이를 토대로 한 경제 재도약의 성취를 가늠하는 시금석인 것이다.
나아가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전력산업구조개편은 한전 노사 양측뿐 아니라 국민경제에 큰 혜택을 가져올 플러스-섬(plus-sum)게임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국민 모두의 뜻을 한데 모아 줄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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