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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구조조정" 큰소리 실상은 '改惡' 뒷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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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구조조정" 큰소리 실상은 '改惡' 뒷거래

입력
2000.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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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또다시 위기에 빠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엄청난 돈이 투입된 행과 종금사 구조조정은 물론 부실기업 지원 과정에서도 개혁 취지를 원점으로 돌리는 이면계약이 존재하고 있었다. 특히 이면계약으로 인해 개혁작업이 음지화하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꼭 필요한 시민사회의 건전한 비판과 중간 검증작업이 이뤄지지 못해 문제가 심각하다.■철면피 종금사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종금사가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생사의 기로에 몰린 대한종금 중앙종금 아세아종금 등 부실 종금사들은 모든 종류의 이면계약 기법을 총동원, 구조조정을 회피했다. 1ㆍ2차 종금사 구조조정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중앙종금과 아세아종금은 1998년 9월 "1,990억원의 부실채권을 도이치은행 서울지점에 매각,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크게 높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두 종금사는 부실채권 매각의 대가로 도이치은행 서울지점에 2억4,000만달러에 달하는 외화유가증권을 매각, 손실을 보전해주는 이면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아세아종금 대주주인 대한방직은 MCI코리아 진승현(陳承鉉) 대표로부터 '경영권 인수 후 1,800억원의 대출상환을 유예한다'는 이면약속을 받은 뒤 경영권을 단돈 10달러에 매각했다. 지난해 5월 영업 정지된 대한종금 역시 같은 해 2월과 3월 거래기업에 억지로 3,000여억원을 빌려준 뒤 증자를 받는 비공개 '꺾기 대출'을 시도하다가 금융감독원에 덜미가 잡혔다.

이들은 1, 2차 종금사 구조조정에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이같은 이면계약으로 국민들에게 엄청난 부담만 안기고 이미 퇴출됐거나 퇴출될 운명에 놓여 있다.

■기득권에 충실한 은행 구조조정

총 45조2,000억원이 투입된 은행권 구조조정도 이면계약으로 무장한 기득권을 깨지 못했다. 지난해 초 대규모 인원감축을 단행한 H은행은 당시 노조와의 이면합의에 따라 1인당 평균 3,000만~4,000만원을 무이자로 대출받은 퇴직 행원 1,000여명의 부채상환을 위해 연 9%의 저리대출을 실시했다.

또 지난 7월 금융노조 파업 당시에는 타협 없는 은행 구조조정을 외치던 정부가 금융노조와 개별 은행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이면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외자유치로 둔갑한 검은 돈

한 푼의 달러가 아쉽던 IMF 시절 부도덕한 재벌들이 해외로 빼돌린 '검은 돈'이 이면계약을 통해 국내로 유입됐다. 한국경제를 외환위기로 몰아넣은 단초가 됐던 한보그룹 정한근(鄭瀚根) 부회장은 시베리아 가스전 공사를 명목으로 해외로 빼돌렸던 2,100만달러(130여억원)를 유령 해외법인을 통해 외자유치 명목으로 들여와 검찰에 덜미가 잡혔다.

대한종금도 지난해 4월 홍콩 E&E인베스트먼트로부터 1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고 주장했으나 불과 1개월 뒤 통일교 소유 여의도 부동산의 담보를 풀어주는 이면계약을 맺은 사실상의 '외화차입' 이었음이 밝혀졌다.

■부도덕한 워크아웃

부실기업을 우량기업으로 변모시킨다는 취지로 진행된 워크아웃 작업 역시 사주와 노조 등 이해 관계자들의 부도덕한 이면계약으로 사실상 실패했다.

대규모 부실과 방만한 경영으로 지난해 이후 2조원이 넘는 금융지원을 받은 대우자동차 노사는 5년간 고용보장을 약속하는 이면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일각에서는 포드가 국제적 비난을 감수하고 대우자동차 인수를 포기한 배경에는 이같은 이면계약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조원의 부실덩어리로 지난해부터 채권은행에서 1조원의 자금지원을 받은 동아건설 노사도 고용보장에 대한 이면합의 등 방만한 경영으로 혈세를 낭비한 채 퇴출됐고, 대구지역 건설업체 우방도 워크아웃 상태에서 하도급 업체와의 이면계약으로 187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부도덕한 행태를 보인 끝에 퇴출됐다.

■'이면계약' 왜 성행하나

法·감독 허술…처벌도 '솜방망이'

이면계약이 한국 경제의 운명을 좌우하는 개혁작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정비되지 않은 법체계와 금융감독당국의 허술한 감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IMF체제 이후 채권 이면계약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 사채업자에서 증권사 회장으로 변신한 김모(42)씨는 외환위기 직후 신동방 성신양회 등 자금난에 빠진 회사들과 이면계약을 맺고 이들이 새로 발행한 회사채를 안면이 있는 펀드매니저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비싼 값으로 인수시키는 방법으로 수백억원을 벌어들였다. 특정 기업의 재무위험성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없어 단일 채권가격을 형성하지 못하는 우리 채권시장의 약점을 이용한 것이다.

C법무법인의 L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허술한 법체계를 이용, 돈을 벌려는 외국인들이 이면계약을 해놓고 적법성 여부를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 금융관련 제도가 허술해 이면계약 관련 문의 중 20~30%나 적법한 것으로 결론이 난다"고 밝혔다.

감독 당국의 허술한 감시와 책임자에 대한 '솜 방망이' 수준의 처벌도 문제다. 경실련에 따르면 1989년 발생한 미국 저축대부조합(S&L) 파산 사건의 경우 정부가 6년에 걸친 철저한 조사로 연루된 조합 임원 등 2,166명을 형사고발, 유죄판결을 받게 하고 이들이 숨긴 25억달러를 회수하는 등 엄격한 관리감독으로 4,649억 달러의 공적자금 가운데 96%를 회수했다.

반면 지난해 퇴출은행 임직원 가운데 14명이 30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우리 정부는 부실 책임이 있는 이들에게 어떤 민사상 책임도 묻지 않았다.

/기획취재팀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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