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저의 '실수'입니다."28일 오전 국방부 기자실로 합동참모본부 해상작전과장 박정화대령이 찾아왔다. 지난 14일 북한 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사실을 우리 군이 은폐한 것으로 드러나자 군 지휘부가 '전적인 책임자'라고 지목한 당사자다.
박 대령은 "15일 아침 해군작전사령부로부터 북 경비정 1척이 침범했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0.5마일 정도는 단순 침범으로 판단했고 우리가 영해를 침범했다는 북한 주장을 규명하는데 치중한 나머지 북 함정의 월선사실을 생략 보고했다"고 해명했다.
사건 당시 서해의 지도를 들고 와 남북 경비정의 위치까지 가리키며 "양측 모두 NLL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던 장본인도 박대령이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까지 보고되는 중대사안인 NLL침범을 대령급 간부가 독단적인 판단으로 보고하지 않고, 국민을 상대로 지도 좌표까지 찍어가며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박대령은 거듭 '나만의 책임'을 강조했지만 '내가 뒤집어 쓰겠다'는 말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북 함정의 감시를 최대 임무로 삼는 실무자가 상부에게 월선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발표를 누가 믿는다는 말인가?
허위는 또다른 허위를 낳고 그럴수록 불신을 부른다. 북 경비정의 침범사실 자체보다 이를 끝까지 은폐하려는 군의 태도가 많은 사람에게 불안감을 주면서 남북화해정책을 도리어 망치고 있다.
군에 대한 신뢰가 송두리째 사라지고 국민이 안보에 대해 불안해 할 지경에 이를 때, 그 때도 '현장 지휘관'의 책임으로 돌릴 것인가?
황양준 사회부기자
naige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